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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문경의 봄

문경사투리 2008. 4. 6. 18:09

문경의 봄


고성환


고향 떠난 아들이 보고 싶은데

아들은 보이지 않고


대성탄좌 검은 보다더미 위에

아들네미 유치원 때

물감 칠하다가 쏟아놓은 듯이

다시 담으려 당황해 쓸어낸 듯이

샛노란 개나리 마구 뿌려진 오후


굴모리 모퉁이 응달진 곳에

이 녀석 얼굴에 난 여드름 같은

진달래, 덤성덤성 피어난 오후


유곡 잿말랭이에는

아득한 하늘이 꿈을 낳는 듯

멀리에서 다가오다가

퍽석 쏟아 놓은 현실 위에

몸서리치는 백목련


아들이 이 봄꽃을 가슴에 안고

기우뚱거리는 봄날

나도 아직 화농(化膿)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2008. 4. 6. 일요일)



출처 : 문학세상
글쓴이 : 국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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