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Mother)
무한한 사랑의 화신(化身), 어머니
영화, 마더(Mother)를 보고
영화관 하나 없던 문경시에 ‘문희아트홀’이란 공연시설이 생겨, 그동안 영화 한 편 보려고 인근 구미, 안동, 충주를 가야했던 불편이 해소되었다. 이는 불편을 해소했다는 단순한 편리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여러 가지 기능 중 하나가 비로소 갖추어졌다는데 의미가 크다.
도시라고 하는 것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족기능을 가추고 있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문경은 시(市)라고 하는 하지만, 수도권이나 대도시 인근의 면이나, 읍 정도로 규모가 작아 도시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이런 형편의 문경에서 민간이 극장을 운영하기란 어려운 실정이었다. 민간에서 이익을 낼 수 없어 할 수 없는 일.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정부다. 국가든 지방 자치단체든, 공공이 이런 일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문경시가 이런 문화예술부문에 관심을 갖고, ‘아트홀’을 짓고, 운영하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우리와 비슷한 형편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앞서나가는 정책으로 높이 평가할 일이다.
이에 시민들의 호응이 뜨겁다. 상영되는 영화마다 만원사례다. 표를 구하는데 빽도 안 되고, 암표도 안 된다. 무조건 선착순. 아귀다툼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 그런 아귀다툼 속에서 느린 내가 일찌감치 ‘마더(Mother)’ 표를 구했다. 친한 사람들에게 선물 할 것까지 ‘친절한 금자씨’가 되었다. 문화기획자로 일 하는 내가 처음 ‘문희아트홀’을 찾아가는 길은 이렇게 화려했다.
‘마더(Mother)’는 김혜자와 원빈이라는 톱탤런트가 주연이었다. 정신지체 장애인으로 분장한 원빈과 어머니로 역할을 맡은 김혜자 간의 고단한 삶을 그리고 있는 영화였다. 스토리는 단순하였다. 장애인 아들이 성장하는 동안, 주변 사람들로부터 질시와 모멸을 받으며 자라는 모습을 속상하게 바라보는 어머니. 그래서 아들에게 ‘복수’를 강조하며, 질시와 모멸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반항하라고 강조 하는 어머니. 그러나 아들은 어머니의 강조사항을 실천하지 못하고, 언제나 세상의 주변인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날 밤. 귀가하는 아들 앞에, 세상으로부터 가난하다는 이유로 버림 받고 조롱 받는, 몸을 파는 여고생이 등장하게 되고, 단순한 호기심으로 아들은 이 여고생 뒤를 쫓아가게 된다. 여고생은 뒤따라오는 이 남자가 세상의 일반 남자들처럼 같은 부류의 사람인 줄 알고, 몸을 숨겨 큰 돌을 아들에게 던진다. 깜짝 놀란 아들은 평소 강조하던 어머니의 말이 떠올랐는지, 그 돌을 들어 돌이 날아온 방향으로 던진다.
그런데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그 돌이 여고생의 머리를 정통으로 맞추고, 여고생은 불쌍한 생을 마감한다. 천지도 모르는 아들은 쓰러진 여고생을 남들이 빨리 보고, 병원으로 데려가라는 뜻으로 옥상 위로 끌고 올라가 걸쳐놓는다. 이런 모습을 고물상 노인이 다 목격을 하게 된다.
결정적 증거도 없이 아들을 구속한 경찰에 대해 백방으로 무죄를 입증하려는 어머니.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형사가 무고한 아들을 잡아 간 그 원망 속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느낄 만큼 무덤덤하게 대하는 변호사의 행태 앞에, 어머니는 절망한다. 그래서 어머니는 직접 아들의 무죄를 입증해 나간다. 아들이 살인혐의자라니... 평소 남들로부터 질시와 모멸만 당하던 무지렁이 장애인 아들이,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는 그 아들이, 살인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확신하는 엄마. ‘아무도 믿지 마. 엄마가 구해 줄게.’라고, 아들에게, 세상에게 외치는 어머니.
그런데, 고물장수 노인에게서 아들의 무심한 살인 현장 목격담을 어머니는 듣는다. 믿을 수 없는, 믿기지 않는 증언. ‘그래, 엄마가 구해 줄게. 내 아들은 살인의 증거가 없다.’ 엄마는 다짐을 한다. 증인을 없애면 우리 아들은 무죄.
엄마는 고물장수 노인을, 아니 아들의 살인 증거를 죽여 버린다. 활활 타는 고물장수와 집과 창고... 무혐의로 풀려난 아들이 엄마의 또 다른 이 살인현장에서, 엄마가 흘리고 간 흔적을 줍게 되고, 두 사건은 어머니와 아들에게 무혐의가 된다.
[살인의 추억], [괴물]의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마더’. 무한한 사랑의 화신(化身), 어머니. 영화의 어머니 모습이, 내 어머니 모습으로 실루엣이 되어, 새로운 영화 한 편이 내 가슴 속에서 주마등처럼 또 다시 상영된다. 영원한 사랑. 태산보다 높고, 하해보다 깊은 사랑. 어머니의 사랑이 문희아트홀을 통해 내 가슴으로 들어온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