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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다완

문경사투리 2009. 7. 28. 10:36

정호다완(井戶茶碗)

  이민숙

 

 

 

 

연분홍 볼터치하고

기다리는 처녀예요.

하고픈 말 다 못하는

조선의 새댁이죠.

불길에 화르르 감기는

하혈(下血)을 꿈꾸어요.

 

엄동을 뚫고 나올

어둠 속의 죽순 같은,

비상하려 웅크린

둥지 속의 새끼 같은,

늦가을, 바람에 터진

석류 알 불빛 같은,

 

양털같은 이야기들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징소리 퍼진 세상

터질 듯이 볼에 넣고

시간을 길게 저어서

매화꽃을 피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