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일본 숙모

문경사투리 2009. 10. 4. 16:25

일본 숙모

 

 바다 건너 멀리 가 살아야

수(壽)를 누릴 수 있다는 말에

해방 전, 열아홉 끓는 피를 안고

현해탄을 건넜던 숙부.

장가들러 나와 숙모를 모셔다놓고

이내 지남철에 끌리듯 다시

숙부는 일본으로 가시고

정분도 못 쌓고 떠난 지아비를 쫒아

시숙의 도움으로 2년 뒤

전보 한 장 띄우고,

이 문경 땅에서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서

일본으로 갔던 청춘의 예뻤던 숙모. 

 

 

 

60년을 지나 85세.

아직 그때 그날이 생생한데,

허리는 꼬부라지고, 몸도 꼬부라졌다.

열혈 청년 숙부도 그렇게 꼬부라지더니

4년 전, 5남매의 자식들과 숙모를 남기고

홀연히 태평양 바다 내려다보이는 곳에

한 줌 재로 잠들었다.

그 길을 가야할 숙모의 여정도

이젠 멀지 않은 것인가? 

생은 이렇게

풀잎에 맺힌 이슬 같은 것.

한 호흡 같이 찰나(刹那)인 것.

100년도 힘든 것.

100년도 한 순간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