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룡과 선거
교룡과 선거
6·2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지방마다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현직 국회의원과 시장군수의 갈등에 기인한다. 어느 지방이나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이라는 두 마리의 교룡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과 자치단체를 대표하는 시장 군수는 현세의 교룡이다. 그래서 지방마다 비슷한 갈등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교룡(蛟龍)은 상상 속의 동물이다. 모양은 뱀과 같지만 넓적한 네 발이 있고, 머리는 작지만 비단처럼 부드러운 옆구리와 배가 있다. 연못에 웅크리고 있다가 비구름을 얻으면 하늘로 오른다(蛟龍得雲雨)는 전설을 갖고 있다.
‘한 연못에 교룡 두 마리가 살지 않아야 물이 고요하고 맑다(一淵不兩蛟,水定則淸正)’고 했다. ‘일산불용이호(一山不容二虎·하나의 산은 두 마리 호랑이를 용납하지 않는다)’라는 말도 있다. 같은 세력을 가진 존재는 둘이 공존할 수 없는 것이다. ‘양호상쟁필유상(兩虎相爭必有傷·두 호랑이가 싸우면 반드시 상처를 입는다)’이라는 말이 그 결과다. 두 호랑이가 있는 산에서는 ‘용쟁호투(龍爭虎鬪)’ ‘용호상박(龍虎相搏)’이 끊이지 않는다. 날이 밝으면 싸움이요, 밤이면 암투다(明爭暗鬪). 그래서 우리지역에 갈등과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선거(選擧)에는 본디 두 가지 뜻이 있다. 투표를 통해 대표자를 뽑는 것과, 인재를 뽑아(選) 등용한다(擧)는 의미다. 영어로 말하면 전자는 Election, 후자는 Selection인 셈이다. 세습(世襲)을 통해 귀족들이 독점하던 관직을 신분과 관계없이 능력으로 충원한 것이 선거의 옛 뜻이다.
우리 선조들도 선거를 중시했다. 조선시대 혜강(惠岡) 최한기(崔漢綺)는 저서 『인정(人政)』에서 “국가의 안위는 인재를 선거하는 날에 결정 난다(國事安危, 判於選人之日)”며 “소인을 내쫓으면 기뻐하고, 군자를 물러나게 하면 걱정한다(黜小人而喜, 退君子而慽)”고 말했다. 또한 조선왕조실록은 ‘천거한 사람이 자격자가 아니면 천거한 사람에게 죄가 미친다(所擧非人, 罪及擧主)’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