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이인식, 서양악기로 문경새재아리랑 연주
작곡가 이인식, 서양악기로 문경새재아리랑 연주
통신사 뉴시스의 보도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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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아리랑은 그저 전해 내려오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한복 입던 한국 사람이 양복 입고 개량한복도 입듯 우리 아리랑은 창조적 계승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2012 문경새재 아리랑제'에서 메인 무대를 차지한 단체는 뜻 밖에도 '펠리체 심포니 오케스트라'였다. 우연한 기회에 문경에 왔다가 문경의 매력에 빠진 작곡가 이인식(49) 성신여대 음대교수가 서양악기로 아리랑을 연주해 보자고 작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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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 오후 7시 경북 문경 시민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는 펠리체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문경새재를 위한 관현악', '문경새재아리랑', '길', '아리랑 타령', '문경시민과 함께 불러보는 문경새재아리랑', '아리랑 랩소디'가 울려 퍼졌다.
이인식 교수는 “저는 클래식을 전공했어요. 클래식 창작분야가 유럽에 견줄 만한 음악을 연구하다보니 국악에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죠. 국악인들이 국악기로 우리 음악을 보존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서양악기로도 국악을 연주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하는데, 그렇지 못했어요.”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연주된 곡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작곡, 선곡했다.
1896년 고종의 외교고문이었던 선교사 호머 헐버트(1863~1949) 박사는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문경새재 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나간다”라는 문경아리랑의 구절을 채보해 소개했다. 헐버트는 '한국의 향토음악'이라는 제목으로 아리랑의 악보와 영문 번역 가사를 문서화, 근대 아리랑의 역사를 쓴 인물이다.
경복궁 중수(1865~1872) 때 노동요로 문경아리랑이 불리기 시작하면서 각 지방에서 차출된 노동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노래를 헐버트가 기록했다고 전해진다. 춘사(春史) 나운규(1902~1937)의 익숙한 '아리랑'은 이 기록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아리랑을 주제로 하는 전국 9개 축제 가운데 문경새재아리랑제는 아리랑 고개가 문경새재임에 주목했다. 아라리를 제외한 모든 아리랑을 파생시킨 문화적 충격의 주인공이 문경새재아리랑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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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아리랑은 지역마다 자기중심적인 아리랑 축제들의 모태와도 같다. 아리랑을 대표하는 포괄성을 지니면서 지역성도 초월했다. '길 위의 역사, 고개의 문화'로 대변되는 문경의 문화를 녹여 낸 이번 공연은 문경새재아리랑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여섯 곡 모두 문경에 포커스를 맞췄어요. 옛것을 그대로 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예능보유자 송옥자 선생님의 문경새재아리랑을 먼저 듣고 이를 재창조화하겠다는 취지로 서양화한 선율의 아리랑을 연주했지요. 테너가 한 번 불러보고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악기로 청중에게 반복해서 들려주니 선율을 익히시더라고요.”
이날 마지막 곡은 나운규의 아리랑을 소재로 한 '아리랑 랩소디'였다. '본조 아리랑', '서울 아리랑' 등으로 불리는 이 곡은 모두가 익히 아는 바로 그 아리랑이다. 청중에게 가장 익숙한 곡일 수밖에 없다. 오케스트라가 곡을 연주할 때 자리를 함께한 700여명은 나지막이 아리랑을 합창했다.
ashley8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