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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이 생일 축시

문경사투리 2013. 2. 4. 10:27

걸이 생일 축시

 

고성환

 

양력으로 걸이 생일

1990년 2월 4일 입춘이다.

이보다 더 좋은 더 좋은 날이 또 있으랴!

 

유난히 까만 머리를 세상에 내밀던 걸이

어머니는 너를 포대기에 싸안고

점촌 평화산부인과부터 솥골까지 내내

안고 왔지

프라이드 승용차를 몰던 나의 프라이드는

하늘을 찌르고

세상 다 얻은 듯 만족한 표정의 아내를 보면서

산고(産苦)에 아파하던 일을 잊었지

 

솥골 안방은 새 주인을 맞고

훈훈한 온기를 늘 피웠지

하루 이틀 날이 갈수록

기저귀, 분유, 젖통, 모빌로

방은 꾸며지고

젖비린내도 사랑스러웠지

 

너와 함께하는 모든 일은

너도, 나도, 아내도, 어머니도 모두가 처음 가는 길

지금도 또한 그러하지

 

“우리 걸이, 우리 걸이”하던 어머니

“우리 집에 장군 났다. 우리 집에 장군 났다.”하던 일본 작은아버지

당신들의 음성이

걸이 생일 날

입춘(立春)의 땅에서

아~

쿵닥쿵닥 피어오르고 있다.

 

(2013년2월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