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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사투리로 문경의 콘텐츠를 만드는 첫 발을 축하하며

문경사투리 2015. 12. 17. 09:20

문경사투리로 문경의 콘텐츠를 만드는 첫 발을 축하하며

문경문화원장 현한근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그것은 오직 모든 게 변한다는 사실 하나일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밖의 그 모든 것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변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들의 언어도 새로운 것이 탄생하고, 소멸하면서 쉼 없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들이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러운 것처럼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속에 표준어가 등장하고, 매일 가족들보다도 더 친숙한 미디어들은 표준어로 말하며, 학교마다 모두가 표준어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지역마다 고유하게 쓰이는 언어는 점점 표준어에 동화되고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지금 우리는 표준화된 언어 속으로 들어가면서 사투리를 버리고, 은폐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이나 대구, 부산 등 대도시로 나가는 문경사람들은 그곳의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 무단히 애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3~5대를 이어 외국에 사는 우리 동포들이 더 출신지역 사투리를 잘 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그 말을 할아버지로부터 이어받으면서 단순히 말만 이어받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서(情緖)를 잇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말은 도구에 지나지 않았고, 정신을 담았던 것입니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고, 생각은 정서를 담는 그릇입니다. 그러므로 말은 곧 정서입니다. 그 지역의 자연과 문화가 오랫동안 교접하면서 거기에 살아가는 최적의 방법을 선택해온 사람들의 지혜가 그 지역정서고, 그 지역 말 속에는 그런 지역사람들의 모습이 들어 있습니다.

 

영남과 기호지방을 잇는 문경은 그래서 영남의 남도 바다와 풍랑이 묻은 말을 기호지방으로 올려 보내고, 기호지방의 넓고 올망졸망한 산야의 바람이 묻은 말을 영남지방으로 내려 보내는 교차지역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문경의 문화와 정서도 모두가 이런 지역적 바탕 위에 숨 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곳에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가 지역의 정서가 묻어 있는 문경의 말을 갈고 닦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변하는 말씨의 모습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이 일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때 문경사투리에 눈을 돌리신 문경시와 문경시의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 일을 맡으신 역전의 용사들이신 문경시의정동우회에도 고마운 인사를 드립니다. 또 오늘을 위해 그동안 문경사투리를 재발견해 주신 읍면동장님과 출전 선수단 여러분들의 노고에도 감사드립니다.

 

문경시가 앞으로 나가는데 방향키를 잡으신 분들이 문경의 정서를 소중히 여기시고, 이를 문경사투리라는 지역의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첫 발을 내딛는 오늘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