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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고(出産考)-문경매일신문

문경사투리 2018. 3. 24. 16:36

출산고(出産考)

김학모 국학연구회 이사장

 

 

나는 평소에 자식들에게, 네 주머니에 네가 땀 흘리지 아니하고 들어오는 돈이 있다면, 그것은 독사와 같은 것이니 그와 같은 돈일랑은 받지도, 주지도 말라고 가르쳤다.

 

내가 공직에서 늙었고, 대물림인가 자식 또한 공무원인지라 남다르게 청렴을 강조하면서 마음에 깊이 간직하도록 일깨운 경구이다.

 

그 실천 여부는 일일이 확인할 수 없으나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리라고 믿고 살아간다.

 

며칠 전 후배 하나가 공인중개사가 되어 사무실을 차린다기에 인사차 들러서 허물없이 얘기를 주고받다가 ‘부동산(不動産)’이라, 돈을 주무르는 일은 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어차피 부동산 거래에도 돈이란 것이 왔다 갔다 할 것이기 때문에, 탁자에 놓인 메모지에 무심코 “불의부동(不義不動) 산출금(産出金)”이라고 적어 놓았다.

 

‘의(義)롭지 않은 길을 걷지 않으면 오다가다 돈이 생길 것이네!’ 하고 왔더니, 며칠 뒤에 ‘산출(産出)’을 ‘출산(出産)’이라 바꿔서 서각(書刻)을 해서 벽에다가 무슨 명언(名言)처럼 서각하신 분의 낙관(落款)까지 눌러서 걸어 두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돈을 번다는 것은 여자가 애를 낳는 것[産苦] 이상으로 힘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산고(産苦)가 무엇인가? 어머니가 자식을 낳기 위해 열 달을 뱃속에 품고 태교(胎敎)라면서 좋은 일만 하시고, 좋은 말, 좋은 소리만 들으시고, 마른 곳을 골라 다니시며 정성을 쏟았을 것을 생각한다면 남의 자식 된 자 모두 마음에 새겨야할 중대한 일임을 깨달아야할 것이며, 모든 여자가 겪는 세상에서 가장 큰 일이 아닌가.

 

부동산 거래라는 것이 알뜰히 모은 돈으로 첫 살림을 장만하는 기쁜 일도 있겠지만, 때로는 뜻하지 않은 일로 정든 집을 팔아야하는 슬픈 사연도 있을지니 어이 소홀히 다룰 수 있겠는가?

 

그래서 어머니가 출산(出産)하는 마음가짐으로 중개업(仲介業)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산고(出産考)’를 적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