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열 번째 구곡, 남강구곡(南岡九曲)

문경문화원(원장 현한근)은 문경에서 열 번째 구곡을 발견했다고 3월 31일 밝혔다.
이번 구곡은 남강구곡(南岡九曲)으로, 진성인(眞城人) 남강(南岡) 이원영(李源榮) 선생이 경영한 것이다.

이원영(李源榮) 선생의 자(字)는 군실(君實), 호는 남강(南岡)으로 부(父) 상호(祥鎬. 號 陽田), 모(母) 전의이씨 정호(鼎鎬)의 딸 사이에서 1915(乙卯)년 9월 3일 태어났다.

태어난 곳은 안동시 토계리 양평마을이며, 문경읍 마원리 새터로 이거해 문경면의원, 문경향교 전교를 지냈고, 문경과 인근지역에 많은 비문, 묘갈명, 상량문, 책의 발문, 서문을 한문으로 남겼다.

남강문집(南岡文集)-속집(續集) 16권 8책을 생전에 엮어 남기고, 2000(庚辰)년 10월 17일 향년 86세로 별세했으며, 남강문집 속에 ‘남강구곡’이 들어 있다.

묘는 고향인 토계 뒷골 인좌에 있이며, 부인은 옥천전씨 태현(泰鉉)의 딸(1911~1995. 묘 마원 독산 자좌)이고, 2남(기동, 기형)과 3녀를 두었다.

남강구곡은 문경읍 갈평리부터 점촌시내 창리 장평들까지로, 지금까지 발견된 문경의 구곡 중 가장 긴 구간에 설정돼 있다.

남강구곡 시는 7언 율시로 서시(序詩)와 9수로 이루어졌으며, 1곡은 갈평(葛坪), 2곡은 증봉(甑峰-시루봉), 3곡은 동우점(銅隅店), 4곡은 문경읍 쌍계(雙溪), 5곡은 문경읍 우무실여울(井谷灘), 6곡은 마성면 진남교 영강합수처(潁江合水處), 7곡은 마성면 진남교 토천(兎遷), 8곡은 주평호(平湖), 9곡은 점촌 창리-우지 장평들(長坪野)이다.

문경문화원 고성환 사무국장은 “제가 2~30대 때 남강 선생님을 자주 뵈었는데, 늘 한복을 입고, 붓을 들고 글 짓는 모습이 생생하고, 문경읍 마원리 새터 앞 도로에 나오셔서 버스 기다리시던 모습이 학 같았다.”고 회고했다.


다음은 남강구곡 시다.


남강구곡(南岡九曲)
이원영(李源榮) 지음
권대진(權大鎭) 번역
小白南馳闢一區(소백남치벽일구)
소백산 남으로 뻗어내려 한 구역 열었으니
葱葱佳氣滿江湖(총총가기만강호)
황홀하고 화창한 기운 천지에 가득하네
鳳鳴朝陽來儀地(봉명조양래의지)
봉이 동쪽에서 우는 원래 예의의 땅이라
玉女山人撫碧梧(옥녀산인무벽오)
옥녀봉 아래 나는 벽오동 어루만지네
一曲葛坪瑞氣多(일곡갈평서기다)
일곡은 갈평이라 상서로운 기운 많아서
宗人籬落若星羅(종인리락약성라)
일가 사람끼리 한 마을 이루어 별 벌여 놓은듯
朝耕暮讀傳家業(조경모독전가업)
낮으로 농사짓고 밤으로 글 읽는 것이 전해오는 가업이며
亭有絃歌野滿禾(정유현가야만화)
정자 있어 때로는 가야금 뜯어 노래 부르고, 들은 늘 풍년이로다
二曲甑峰聳碧空(이곡증봉용벽공)
이곡은 시루봉이라 푸른하늘에 높이 솟아
有泉山上易云濛(유천산상이운몽)
산 위에 샘이 있어 바꿔 말하면 예몽강일세
能除暑病能消渴(능제서병능소갈)
더위도 제어할 수 있고 목마름도 해소할 수 있어
踏石穿林一路通(답석천림일로통)
돌 밟으며 숲 뚫린 외통길로 통행할 수 있네
三曲銅隅鎻暮煙(삼곡동우쇄모연)
삼곡은 동우점이라 저녁연기 가려 있고
山花亂落白雲過(산화란락백운과)
산꽃은 흰구름가에 어지럽게 떨어지네
閒村暇日無餘事(한촌가일무여사)
한가로운 마을 여갓날 일 없는 때면
漁火頻頻上下川(어화빈빈상하천)
물고기 잡는 횃불 아래위 냇가를 아주 자주 밝히네
四曲雙溪抱邑流(사곡쌍계포읍류)
사곡이라 두 시내는 읍을 안고 흘러서
遊人行樂此中留(유인행락차중류)
놀이하는 사람들 여기서 즐기고 머무네
山高主屹床牙笏(산고주흘상아홀)
산 높아 주흘이라 우뚝 솟아 상아홀인듯
樓壓千林宿鳥投(누압천림숙조투)
숲에 싸인 누에는 새들이 투숙하네
五曲淸淸井谷灘(오곡청청정곡탄)
오곡은 맑고 맑은 우무실 여울이라
潮泉朝暮自成瀾(조천조모자성란)
조수하듯 아침저녁으로 큰 물결 이루기도 하네
奈何礦業侵坤德(내하광업침곤덕)
어찌하여 광업으로 땅의 덕을 침노했기에
荳壟稻田盡涸乾(두롱도전진고건)
콩밭 벼논 다 물잦고 마르게 하였네
六曲潁江合水淸(육곡영강합수청)
육곡은 영강이라 합수하여 물 맑고
千尋雙壁若旗旌(천심쌍벽약기정)
높다란 두 갈래 절벽 깃발과도 같네
鳶飛魚躍天光裡(연비어약천광리)
솔개 날고 물고기 뛰는 햇빛 속에
時聽漁歌互答聲(시청어가호답성)
때로는 어부들의 노래 주고받는 소리 들리네
七曲兎遷草路纖(칠곡토천초로섬)
칠곡은 토끼비리 풀밭 오솔길이라
幾人行脚過危阽(기인행각과위점)
몇 사람이나 오갔는지 지나기 위험한 곳이네
如今滊笛通南北(여금헐적통남북)
지금은 기적소리 남북으로 통하니
笑指山腰等石添(소지산요등석첨)
산허리에 석축을 더했다고 좋아라 가리키네
八曲平湖卽巨潭(팔곡평호즉거담)
팔곡은 주평호라 곧 큰 못이라
長竿處愛坐三三(장간처애좌삼삼)
낚시꾼 곳곳에 삼삼오오 앉았네
扁舟乘興輕波動(편주승흥경파동)
조각배에 흡겹게 타니 잔잔한 파도 움직이고
才子風流醉夕嵐(재자풍류취석람)
재치있는 이들 풍류에 취해 저물었네
九曲長坪野色蒼(구곡장평야색창)
구곡은 장평이라 긴 들 경치는 푸르러
年年豊獲滿秋倉(연년풍획만추창)
해마다 풍년 들어 수확한 곡식들 곳간에 가득하네
左箕右潁多芳躅(좌기우영다방촉)
왼편 기산 바른 편은 영강에 고인이 남긴 훌륭한 행적 많아
碧岫寒泉憶紫陽(벽수한천억자양)
깊은 물과 찬물샘은 자양을 기억하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