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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출신 한의사, 한의로 대를 이은 이야기 책 발간

문경사투리 2021. 12. 31. 00:08

문경출신 한의사, 한의로 대를 이은 이야기 책 발간

문경출신으로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서 의인한의원(宜仁韓醫院)을 운영하고 있는 전재규(全在規. . 46) 한의사가 한약업사인 아버지를 이어 한의(韓醫)로 대를 이은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 감동을 주고 있다.

 

한의로 대를 잇는 아버지와 아들의 동의보감이란 작은 제목 아래 살구나무 아래에서라는 제목으로 쓴 이 책은 도서출판 산지에서 올해 초 초판을 펴냈다.

 

중국 삼국시대 동봉(董奉)이라는 의사가 병이 나으면 돈 대신 살구나무를 받아 그 주변 산이 살구나무로 가득 찼다는 이야기에서 책 이름을 정했다.

 

1975년 점촌시내 중신기 점촌초등학교 앞 영창당한약방에서 아버지 전병갑 씨와 어머니 여중희 씨 사이에 태어난 전재규 한의사는 인근 용궁의 저성(著姓)인 축산전씨(竺山全氏, 혹은 龍宮全氏) 국파(菊坡) 전원발(全元發) 축산부원군의 35세손이다.

 

270여 쪽의 이 책에는 살구나무 아래에 서서, 대를 이은 의업의 길, 길 위의 한의사, 나를 뛰어넘어라, 마지막 처방전 등 5개 큰 분류 속에 34꼭지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맥락은 한약업사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와 치열한 논쟁과 반항과 방황을 거쳐 한의사의 길로 들어선 이야기와 이후 한사코 자신을 뛰어 넘어라는 아버지를 점점 더 흠모하며 아버지와 같은 한의로 성장하는 과정, 암으로 사위어 가는 아버지에 대한 끝없는 효행이 전편에 녹아 있다.

 

저자 전재규 한의사는 아버지의 46년 가업을 잇는다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아버지는 단 한 명의 환자에게도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을 강조하셨고, 당신의 삶으로 보여주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문경의 작은 한약방에서 대를 이은 의업의 가치를 특별히 소중하게 생각했던 아버지의 빛나는 사랑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고성환 작가가 이 책을 읽고 쓴 독후감이다.

 

[살고 싶었던, 그러나 살지 못했던 궤적의 감동]

 

영창당한약방에 이런 아들이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21세인 1980년 문경읍 연수한약방에서 작두로 감초, 시호, 백출, 당귀 등을 썰고, 이를 뒷마당에 늘어 말리는 일을 주로 하고 있었다.

 

그러다 심부름으로 마원2리 동산에 살고 계시는 남강 이원영 선생 집에 자전거를 타고 화제(和劑)를 내러 가기도 했다. 남강 선생은 흰 수염에 하얀 한복을 입고 계셔서 소야천에 노니는 백로 같았다. 방안 서가에는 한문서적이 빼곡하게 쌓여 있고, 큰 매화분에는 대한 추위에도 꽃을 피우고 있었다.

 

또 어떤 때는 점촌 영창당한약방에 약을 가지러 가기도 했다. 건재(乾材)를 취급하던 한약방 원장은 전병갑 선생. 언제나 호탕하게 맞으시고, 여중희 사모님을 통해 따뜻한 차를 대접해 보냈다.

 

그러고 4년 후, 새마을금고에 취업을 하고, 차츰 이곳에서 발을 넓혀 갈 즈음, 문창새마을금고 창립 멤버였던 전병갑 원장님을 또 만났다. 전 원장님 동생 전병오 씨는 문창새마을금고 직원이었고, 거기서 직장 동료 여성과 결혼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20년 후, 문경문화원으로 전직하자, 그곳에도 전병갑 원장님이 오랫동안 문경문화원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초석을 다져 온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2010년 문화원으로 전직한 지 4년여 만에 전 원장님께서 별세했다는 소식을 유림 어르신들을 통해 알았다. 그러나 문상을 하지 못했다. 나야 원장님을 알지만, 원장님은 나를 알지 못할 높은 곳에 계셨었다. 거기에 상주(喪主)도 모르니, 문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몇 개월 후 문경시청에서 전 원장님께서 시청 부지를 희사한 공적을 비석에 세워 기리고자 한다며, 비문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리하여 전 원장님의 삶 전반이 참으로 값지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만나 알고 계셨던 전 원장님을 2021년 크리스마스에 살구나무 아래에서만나니, 잊고 지내던 분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어 책을 읽는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

 

값진 삶을 사신 전 원장님께서 아들을 잘 키우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은혜리라. 46세의 저자이며 전 원장님의 아들인 전재규 한의사. 16세나 연하인 그의 생각과 철학, 그 효성은 그러지 못한 나를 탁~ 하고 일깨우고 있었다.

 

수필가라고, 시조시인이라고, 작가라고 떠벌이고 사는 나도 하지 못한 책 한 권. 거기에는 내가 살고 싶었던, 그러나 살지 못했던 궤적들이 절절하여 자학까지 하게 만들었다.

 

부디 전 원장님의 마지막 처방전이 모친의 병환을 쾌차하게 하소서.

 

 

문경매일신문 편집국장 고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