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시 호계면 봉서리 병암정(屛巖亭)
문경시 호계면 봉서리 병암정(屛巖亭)
문경 호계면 봉서리 38번지 월방산 기슭, 봉천사 서쪽 옆에 있다.
1832년 진사 김현규(金顯奎)를 추모하여 후손들이 세웠으며, 1893년 중건한 건물이다. 병암(屛巖)은 병풍바위라는 뜻으로 정자 뒤에 바위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정자는 정면 2칸, 측면 1칸에 팔작기와지붕이다. 온돌방과 마루가 있다. 정자 동쪽에 솟을대문이 있고, 돌과 흙으로 쌓은 담장이 있었으나, 지금은 없다.
김현규 선생은 안동김씨로 정자 아래 산북면 서중리(보가리) 입향조 부훤당(負暄堂) 김해 선생의 6대손으로 1765년에 태어나 1842년 졸했다. 1738년(영조14)에 진사에 급제하고 이곳에서 후진들을 양성하였다 한다.
정자 앞에는 수세가 수려한 우뚝 선 한그루 소나무가 있다. 1982년 10월 26일 문경시11-26-5-11-2호로 지정된 보호수다. 지정 당시 수령 100년이니 현재는 140년.
김현규 선생이 지은 ‘병암정기’는 다음과 같다.
나는 성묫길에 이곳에 오니 눈이 황량해 지고 마음이 심취(心醉)하여 이 산을 좋아하게 되었고, 이 바위를 기이하게 여겨 우거진 숲을 개간하고 그 아래에 토움(흙집)을 지어서 수십 년 동안 자취를 감추어 왔다. 땅은 분지로 되어 있어 정취(情趣)가 아름다우니 자손들 권학(勸學)의 계책으로 흑룡(黑龍, 1932년 壬辰) 윤달에 설계대로 정자를 지었다. 그 뜻은 정자에 올라 완상(玩賞)을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고 마땅히 자손들로 하여금 그 속에서 독서하고 강독하면서 교육하여 성공을 이루기 위한 방책이었으니 누거암서(樓居岩栖. 산속의 훌륭한 집에서 삶)는 가히 사람의 성정(性情)을 아름답게 길러주고, 명창비궤(明窓備机. 밝은 창 아래 책상이 있는 검소한 방)는 족히 정신을 떨치고 더욱 분발하게 한다. 화조월석(花朝月夕. 꽃피는 아침과 달 밝은 저녁)에는 솔밭을 유영(遊泳)하고, 대밭을 날마다 거닐어도 새로운 정취를 이룬다. 겨울에는 강독(講讀)을 하고 여름에는 제술(製述)을 하여 분수에 따라 이루어 나간다면 이 정자(亭子)는 또한 후일에 광채가 날 것이며 이태백(李太白)의 산방(山房)이나 사령운(謝靈運)의 별서(別墅)에 뒤질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