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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남북통일카테고리 없음 2008. 5. 14. 18:33
고모도 아니면서 고모인 고모
문경서중학교 2학년
고유진
나에게는 다섯 명의 고모가 계신다. 큰 고모, 둘째 고모는 벌써 환갑을 넘기셨고, 셋째 고모도 환갑을 눈앞에 두고 계신다. 아빠가 아빠 대에서는 막내이기 때문에 나의 고모들은 모두가 연세가 많으신 것이다.
그런데 셋째 고모 이야기는 철이 들면서 자꾸 가슴이 아파진다. 셋째 고모는 사실은 나의 친 고모가 아니다. 아빠의 외사촌 누나이시다. 나로 치면 진외가집의 고모다. 그 촌수가 얼마나 멀고, 가까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에게는 다른 고모들과 비교해서 전혀 고모가 아니라고 생각 되어지지 않는 친한 고모다. 그러니까 촌수는 별 문제가 없다.
이 고모는 6.25때 아버지를 전쟁터에서 잃으셨다. 고모의 아버지는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전쟁터로 나갔고, 고모는 그 아버지로부터 유복자로 잉태되었다. 고모의 출생은 아버지가 없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할머니와 어머니만 있는 집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고모의 엄마마저 개가를 하시고, 고모는 돌 지나서부터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고모의 할머니, 그러니까 아빠의 외할머니는 30대 중반에 남편을 잃고 아들과 살고 있었는데, 그 아들이 전쟁에서 목숨을 잃고 어린 손녀딸과 사는 신세가 되었다. 우리 할머니는 그런 집안의 맏이로 슬픔과 고난을 함께 하신 것이다.
우리 할머니는 수시로 이 고모 집에를 드나들면서 한 집안의 맏이로서의 역할을 하셨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공직 생활을 하시면서 이곳저곳으로 전근을 다니시고, 할머니도 아이들을 낳아 키우는 현실에 놓이자 이 고모를 위해 무엇인가 크게 해 줄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그런 경황없는 속에서 고모는 호적을 다른 5촌 당숙 앞으로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 후 고모는 다른 5촌 당숙을 양아버지로 맞았다. 그러나 이때에도 한 번 올린 호적을 정리하는 것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고 방치 되었다. 그나마도 이 양아버지는 후손을 보지 못해 얼마 지나지 않아 파양을 하고 말았다.
그러니 고모의 삶은 언제나 비정상적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고모는 국가보훈대상자가 되지 못하여 나라의 혜택을 받지 못하였다. 그래서 고모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더 이상 학업을 할 수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고모가 스물 살 때, 우리 집과 고모 집은 같이 살게 되었다. 고모네 할머니의 연세가 많아지시고, 중풍을 앓으셨으며, 양자로 들어 왔던 분이 파양되어 집을 나갔기 때문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형편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 사정을 모르고 있었던 나는 얼마 전에 고모가 와서 할머니에게 이런저런 푸념 하는 것을 듣다가 이런 슬픈 사연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고모는 법원에다가 6.25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내 아버지이며, 고모는 그 친 딸이라는 것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내려고 다 준비했다고 한다. 그런데 고모의 호적관계를 보던 법전문가들이 이런 증명으로는 소송 자체를 할 수도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너무도 억울하고, 억울한 일이라고 하소연 하셨다.
전쟁에 아버지를 잃고, 고아로 살아오신 고모. 이제 그 고모도 환갑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고모는 피 흘려 돌아가신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고 법은 말한다. 그렇다고 호적으로 있는 형제자매들이 고모를 같은 형제자매라고도 말하지 않는다. 고모는 누구의 아들이며, 누구의 딸인가?
전쟁은 이렇게 가족들의 평온한 관계를 흩어 놓았다. 자료에 따르면 6.25로 우리 군인들이 23만 명 정도, 미군이 3만 5천 명 정도, 기타 UN군이 3천 명 정도 전사했다고 한다. 그러면 북한군도, 그리고 중국군도 그만큼 전사했을 것이다. 그러면 그 속에 우리 고모와 같은 가족들이 또 얼마나 있겠는가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다. 그만큼 전쟁의 위험이 높은 나라가 되어있다. 고모의 그런 삶이 우리나, 우리의 후배들에게 현실로 다가올 수가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암울한 현실이다.
하루속히 어른들은 암울한 이런 우리의 현실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어른 자신들의 안위와 명예만을 위하는 마음이 아니라, 남북의 수많은 국민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설계해 나갔으면 좋겠다.
남북통일은 바로 남북 정치지도자들이 이러한 국민들의 아픈 역사를 되풀이 않겠다는 약속과 대화, 무엇보다도 실천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남북 지도자들이 서로 대화하고, 교류하고,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여러 방면에서 하나하나 통일을 이루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꺼번에 전체적인 통일을 한다면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긴다는 말이 일리가 있다. 그래서 전쟁이 없는 속에서 평화롭게, 점진적으로 통일을 이루었으면 한다.
그래서 다시는 ‘고모도 아니면서 고모인 고모’가 나오지 않기를 소원한다.
출처 : 문학세상글쓴이 : 국현 원글보기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