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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체검사를 받은 아들에게
    카테고리 없음 2009. 3. 7. 12:37

     

     

    신체검사를 받은 아들에게

     

    수필가 고성환

     

    하필이면 지금인가?

    아직 장가도 가지 않았고, 후세를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내 20대 때, 나는 키 때문에 군대를 면제 받았고, 그 때문에 친구들이 한창 군대 이야기를 할 때면 할 말이 없어 馬耳東風이요, 牛耳讀經이었다.

     

    그러고 장가들어 아들을 낳았고, 20년 뒤엔 내 청춘과 같은 皆兵 군대는 없어지겠지 예상했었다. 그 예상은 최근 10년 더 큰 믿음으로 변했었다. 남과 북의 정상들이 만나서 선언도 하고, 군대 복무기간도 단축되고... 이젠 募兵의 시대가 오는 구나 여겼었다. 내 아들은 皆兵 군대는 가지 않겠지 여겼었다.

     

     

    그러나 오늘(2009.3.6) 아들이 개병군대를 가기 위해 신체검사를 받았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2급을 받았단다. 1급일 건데,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 2급이란다. 아들은 신이 나서 말했다.

     

    신검 통지서를 받고 그동안 우리가족들은 아들의 군 입대에 대해 서로 이야기 하였다. 나와 내자는 가급적이면 한 살이라도 젊어서 대학을 마치고, 확실한 취업을 한 뒤에 군대를 갔다 오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아들의 생각은 달랐다. 2학년 1학기나 학년을 마치고 바로 군 문제를 해결한 뒤에 공부를 해야 한다고, 그래야 마음 놓고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 방법이 지금 저희들 세대의 추세이며, 대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환경은 매우 좋지 않다. 화해와 통일로 갈 것 같던 남북관계는 무슨 이유인지 꽁꽁 얼어붙어 마치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시점이다. 북한은 10여 년 전에 해오던 남북대결 태세를 더욱 추스르고 있으며, 여러 가지 도발 언동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그저께는 민간항공기의 안전보장을 할 수 없다고 말해서 우리나라의 민항들이 북한 비행구역을 돌아가게 만들었다.

     

    그동안의 남북관계의 진행상황을 보아 온 결과 우리나라에서 개병군대 시대의 종말은 요원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이유는 북한이 존재하는 한 어렵다는 경험칙 때문이다. 잘 봐주고, 잘 이해하려 하고, 생각을 넓게 가져보려 하지만 도대체 북한이라는 집단은 이해 할 수가 없다.

     

     

    왕조시대도 아닌 소위 공화국이라는 나라가 대를 이어 통치하는 독재체제, 개인을 숭배하는 인민들의 맹신적 사고,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사회. 어느 것 하나 우리의 시각으로는 비정상적인 북한. 이를 아무리 문화상대적 사고로 이해하려 해도 이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 통에 내 사랑하는 아들이 타의에 의해 군대를 가야만 한다니 슬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死卽生이요, 生卽死라. 이순신 장군이 말했다고 했던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아들에게 해 줄 말은 이 말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수많은 전쟁에서도 살아남는 자가 있으며, 평화의 시대에도 죽는 사람이 있으니, 生과 死는 팔자요, 하늘의 뜻이다. 그러니 천명의 이러함을 새기고, 사즉생의 각오로 부딪혀 최선을 다해 군대를 다녀오라. 너와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

     

    때로는 상황에 대한 긍정과 순응이야말로 세상을 밝히는 빛과 소금이며, 자신의 생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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