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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들뜬 목소리카테고리 없음 2009. 5. 16. 19:56
들뜬 목소리
대학교, 그것도 꽤나 좋은
대학교 2학년 학생 아들이
지 말마따나 운 좋게 그 학교엘 들어 가놓고
그 사실을 깜빡 잊을 때가 많은데,
지난 겨울방학 때는
친구들한테 안 꿀리고 술 한 잔 살 요량으로
과외 알바를 구해보자고 해서
유명대학 어쩌구저쩌구,
수학영어 어쩌구저쩌구
A4용지에 칼라 전단지를 30장 만들어
아파트에 사방 붙였는데,
바람이 너무 불어 전단지가 날아갔는지
갑자기 고3들이 공부가 늘었는지
전화 한통 없이 석 달을 기다리다
잠만 실컷 자빠져 자다 갔는데,
3개월이 지난 오늘
아주 가만히 과외를 하고 나온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무언가 자랑할 때면 언제나 그랬듯
숨길 것 같으면서도
들뜬 목소리...
(2009. 5. 16. 19:49/안도현의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쓰라’를 읽다가 걸이의 전화를 받고 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