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카테고리 없음 2009. 5. 25. 09:57

     

     

    뻔한 이야기, 뻔한 구성

    그러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악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2009년 5월 22일부터 23일까지 문경시민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이틀 동안 세 차례 공연된 악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는 뻔한 이야기, 뻔한 구성인데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원제 『홍도야 우지마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춤과 노래를 가미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였다.

     

    『홍도야 우지마라』는 1936년 7월, 한국 최초 연극전용 상설극장인 동양극장에서 청춘좌에 의해 초연되었다고 한다. 그 후 광복 전까지 한국 연극사에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해방 후 1950년에는 영화로 제작 상영되기도 하였다.

     

    홀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홍도와 철수.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하고 방황하는 오빠 철수를 위해, 기생으로 나서 집안 살림을 꾸리기 시작하는 홍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홍도는 부잣집 아들 영호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고, 결혼까지 하였으나,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온갖 수모와 구박으로 많은 고생을 한다. 그러던 중 영호가 1년 동안 북경으로 유학을 가게 되고, 홍도는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누이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영호가 떠나기 전 태어난 아들에 의지하여 수많은 그리움을 편지로 적어 보내지만, 중간에서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이 편지를 가로채 보내지 않고, 남편 영호로부터 오는 편지도 가로채 홍도에게 전달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가짜로 편지를 만들어 홍도가 외간 남자와 간통한 것처럼 일을 꾸미고, 이 거짓 사건으로 말미암아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중간에서 말없이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홍도를 응원했던 시아버지도 홍도를 못마땅하게 여기게 된다.

     

    결국 홍도는 영호의 집에서 쫓겨난다. 이 소문을 들은 오빠는 집으로 돌아온 홍도를 몹쓸 화냥년으로 취급하고, 영문도 모르는 아버지는 홍도의 돈과 옷 선물에 좋아한다.

     

    그러는 사이 영호는 귀국하고, 내용을 모르는 영호는 홍도를 경멸하며, 옛 약혼녀 해정과 약혼을 한다.

     

    이야기는 이 약혼식 장면에서 반전된다.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갖은 중상모략을 말없이 수행해 온 노복(奴僕)이 약혼식장에 나타나 영호 앞에서 사건의 전말을 다 털어놓고, 그 증거로 보내지지 않은 홍도의 편지를 내놓는다.

     

    이 때, 두고 온 아이가 보고 싶고, 사랑하는 영호가 보고 싶고, 억울하게 쫓겨난 시집에 호소하고 싶어 영호의 약혼식장으로 들어오게 된다. 오해가 풀어져 영호의 가족들이 홍도의 처지를 이해할 즈음이었다. 그러나 홍도는 이런 반전의 순간임을 알지 못하고, 약혼식을 올리는 장면만 보고서 원통하고, 분한 나머지 약혼 케잌을 자르려고 준비해 둔 칼로 영호의 약혼녀 해정을 살해하고 만다.

     

    그 순간 오빠 철수의 고등고시 합격 소식이 들려오고, 철수가 이 아수라장의 마당에 들어서서 장면을 목격한다. 그리고 절규한다.

     

    ‘사랑을 팔고 사는 꽃바람 속에 너 혼자 지키려는 순정의 등불. 홍도야 우지마라. 오빠가 있다. 아내의 나아갈 길을 너는 지켜라.’

     

    홍도역을 맡은 북한 인민배우 출신 김혜영의 청순한 연기와 감미로운 노래가 전편을 구슬프게 압도한다. 아버지 역을 맡은 최주봉의 해학과 모자람의 연기는 슬픔에 빠져 우울해지기 쉬운 관객들에게 순간순간 웃음을 자아내어 이 악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노복역의 이대로는 그 무게에 맞게 악극의 반전을 묵직하게 수행하였으며, 영호 아버지 이한수의 극중 역할도 이 악극의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800석이 넘는 문경시민회관 대강당을 가득 메운 문경시민들의 열기에서도 이 악극의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