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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상 위의 쪽지
    카테고리 없음 2009. 7. 9. 18:17

    밥상 위의 쪽지

     

    막 한글을 깨치던 1학년 때,

    학교를 마치고, 텅 빈 집을 들어서면

    밥상 위에 보리밥과 된장을 얹어놓고

    조각 천으로 만든 상보 위에

    누나는 언제나, 쪽지를 남겨 두었다.

     

    ‘밥 먹고, 숙제 하고, 집 잘 봐.

    순심이골 밭에 갔다 올게.’

     

    어린 그 때도, 그 쪽지를 보면서

    울먹이며,

    누나가 돌아 올 때까지

    밥 먹고

    숙제 하고

    집을 봤다.

     

     

     

     

    먼 길을 갔다가 돌아 온 제 오빠가

    곤히 자고 있는 아침.

    차마 깨우지 못하고, 학교 가는 동생이

    쪽지를 남기고 갔는데...

     

    ‘오빠, 학교 빨리 갔다 올게 ㅎ, 3시 30분까지 집에 옴.

    아침, 점심 잘 먹고 계세요.

    I will be back ㅋㅋㅋ

    아니면 걍 잘 갔다 오시던지요 ㅎ ㅠ ㅠ ㅃ 2 ㅎ ㅎ

    - 유자 -’

     

    제 오빠는 어쨌는지 모르겠는데

    괜히 내 얼굴이 찡찡 울리고

    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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