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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중 달밤에
아들을 안고 자 보고 싶다.
내 굵은 다리와 허벅지로
네 놈을 꼼짝 못하게 주리 쪄
이 푸른 달밤을 홀딱 새고 싶다.
아무도 걷지 않은 눈 위를
철없이 훠이훠이 걸어왔던
너와 나의 이십년 동행
할머니 품에 안겨 잠들려는 너를
내 품으로 끌어 올 때
‘왜 이래여.’하시던 할머니의 눈 흘김과
‘안 돼. 안 돼.’하던 너의 응과
앞산의 새소리와
까치 샘의 물소리와
옆에서 이런 소란에 겨워
부스스 뒤척이던 네 엄마와
고물거리던 네 어린 여동생들과
마흔의 나
지금은 훌쩍
나를 우듬지로 밀어낸
푸르디푸른 네 청춘의
청솔 그루터기에 앉아
45세에 나를 낳고
먼 길만 찾아 나섰던
내 아버지의 근엄한 모습을
백중(百中) 달에 비춰본다.
동구 밖을 휘돌아
희뿌연 사위(四圍).
아버지가 그랬듯이
안 오는 줄 아는 너를
나도 기다리고 있다.
(2009. 9. 4 / 음력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