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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구리구리한 눈으로
고개 젖혀 크게 웃으면
세상이 무지개 꽃가루로 반짝였다.
그녀가 날 붙들고 세상 고민 털어놓으면
나는 어느새 왕이 되고
어린 공주가 된 그녀의 눈빛은
메밀꽃처럼 환하게 나를 껴안았다.
아내.
나 없인 못 잔다고
그 큰 가슴 내밀며 내 손을 끌어당기면
온몸엔 따스한 전기가
붉은 니크롬선처럼 흐르고
아랫도리 살갗 대고,
해 퍼질러지도록 늦잠 자던
봄날이 있었다.
아~ 네.
이십년 드난살이에
무지개 꽃가루는 바람에 날려가고
내 방은 언제나 냉방
승냥이처럼 흘금흘금 배회하는
나의 길은
멀고 먼 아리랑 길
그냥 거기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가슴 쓸어내려야하는
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