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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
    카테고리 없음 2009. 9. 5. 09:16

    아내

     

    구리구리한 눈으로

    고개 젖혀 크게 웃으면

    세상이 무지개 꽃가루로 반짝였다.

    그녀가 날 붙들고 세상 고민 털어놓으면

    나는 어느새 왕이 되고

    어린 공주가 된 그녀의 눈빛은

    메밀꽃처럼 환하게 나를 껴안았다.

    아내.

     

    나 없인 못 잔다고

    그 큰 가슴 내밀며 내 손을 끌어당기면

    온몸엔 따스한 전기가

    붉은 니크롬선처럼 흐르고

    아랫도리 살갗 대고,

    해 퍼질러지도록 늦잠 자던

    봄날이 있었다.

    아~ 네.

     

    이십년 드난살이에

    무지개 꽃가루는 바람에 날려가고

    내 방은 언제나 냉방

    승냥이처럼 흘금흘금 배회하는

    나의 길은

    멀고 먼 아리랑 길

    그냥 거기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가슴 쓸어내려야하는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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