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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온리 옹기 굴
    카테고리 없음 2009. 9. 5. 10:52

    평온리 옹기 굴

     

     

    평온리(坪溫里)를 생각하면

    마음까지 평온해진다.

     

    아버지의 옹기 굴은

    한숨소리를 듣는지 마는지

    고동불을 지피는 날엔

    불꽃이 뱀의 혀처럼

    굴 뒤에서 날름거렸다.

     

    옹기 굴 뒷마당은 장터가 되었다.

    싸락눈은 골짜기에서 내리 날아오고

    우리들은 집에서 강아지처럼 뛰어올라가고

    하늘이 가까이 내려오고

    산 그림자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흰 자락도 데려오고

    모두가 고구마를 굽고, 감자를 굽고, 밤을 구웠다.

     

    나는 거으름을 코에 묻혀가며

    먼 길을 정처 없이 나가신 아버지와

    또 먼 길을 옹기 팔러 나가신 어머니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곱게 구워 만나는 것이다.

     

    싸락눈이 밟힐 즈음, 나는

    한바탕 축제로 구운 따스한 군밤을

    홀로 만지작거리며

    싸락싸락

    빈집으로 돌아와

    잠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났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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