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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향
    카테고리 없음 2009. 9. 20. 15:33

    고향

     

    2009 己丑年 추석 코앞

    코끝 같은 초승달 뜬

    8월 초이튿날 正午

    서러운, 외갓집 庶宗孫 아재의

    딸 내놓는 잔칫날

     

    물처럼 멀리 떠났던

    아재, 아지매들이

    형과 동생과 누나들이

    옛 큰집의 솟을대문 쓰러지던

    그리운 얼굴이 되어

    쪼글쪼글 웃고들 있었다.

     

    그 곱던 새댁들이

    그 건장한 아저씨들이

    저마다 세월을 쓰고

    옛 큰집 기와지붕 이끼처럼

    검버섯을 피우고 있었다.

     

    셈 할 수없이 멀고 먼 외가 족보에

    27년을 심어왔던 나의 기록은

    친가의 가까운 족보보다

    더 친숙한 곳이었던

    나의 고향.

     

    그곳을 떠나온 10년 만에

    하늘이 맑은 구름을 둥실 실어오고

    바람도 선선하게 추억들을 실어오고

    예식장은 온통 고향마당이 되었다.

     

    고향은 언제나 눈시울을 붉히는 곳.

    아저씨, 아지매들을 곱게 누른 세월을 마주서서

    큰일에 발 벗고 나섰던 어머니 不在에 마주서서

    나는 연신 눈시울을 붉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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