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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그믐에
먼 산에 잔설이
겨울의 절정을 이룬다.
언제나 무엇의 끝은
이렇게 진하고 화려하다.
내 살고 있는 산촌의 섣달그믐.
내일이 설날인 것이다.
오늘은 까치설날
돌아올 아무도 없는
집을
아들과 나와
여기저기 내 모습들을 새겨본다.
내 뒤로 보이는 산과 눈들은
까치설날과 섣달그믐과
그 진하고 화려했던
내 유년의 설날을 품고 있다.
멀리 연을 날리며
동태를 굴리며
누나들을 기다리던
호호 언 손을 불던 내 모습이
아들놈의 표정에
남아 있다.
겨울의 절정
섣달그믐날엔
누군가 그리워진다.
(2008년 섣달그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