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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희망-고걸, 군 입대 15일카테고리 없음 2010. 1. 20. 09:44
우리의 희망-고걸, 군 입대 15일
장난감 자동차를 유난히 좋아했던
우리 집 꿈이고, 우리들의 희망인
유년의 네 모습 새겨보는 이 저녁,
포근하다.
(2010.1.19.화)
우리의 희망-고걸, 군 입대 15일 밤에
(2010.1.19. 화)
오늘 걸이의 편지를 받았다. 즐거운 퇴근시간. 집에는 벌써 조합장 내외와 찔레찔레 과장님이 진을 치고 있었다. 참으로 반갑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엄마의 힘들었던 직장생활을 새로운 즐거움이 있고, 보람이 있는 직장으로 이끌어 준 분들이니 말이다. 걸이가 필요할 때 이분들을 엄마가 만났으니, 엄마 복인지, 걸이 복인지, 아무튼 나는 이분들을 보면 반갑고 즐겁다.
그리고 보고 싶고, 기다려지던 걸이의 편지를 보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사랑을 확인하였다. 사랑이란, 행복이란 이렇게 자잘한 곳에서 오는 것이구나 생각하니 자정이 가까워 오는 시각에도 이 편지를 쓰지 않을 수가 없구나.
오늘은 퇴근길에 점고 경희 교실을 다녀왔다. 어제 문자로 모의고사 성적을 경희가 알려왔는데, 333/2233등급이었고, 오늘 353점의 성적표를 내밀었다. 너보다 공부 성취가 더디긴 하지만 평균 70점은 확실히 안착한 것 같구나. 지금까지 노력한 것이 수능 때는 분명히 잘 나타나리라 믿는다.
유진이는 기숙사 학습실에 있다고 해서 만나지 못했지만, 유진이나 경희나 둘이 한 울타리 안에 있으니까 하나도 외로워 보이지 않고, 오히려 둘이 다 평안을 찾고 즐겁게 공부하는 것 같구나.
우리 사무실에 공공근로 하는 친구가 있는데, 얼마 전에 군 제대를 하고, 복학을 기다리는 대학생이다. 이 친구가 군대있을 때의 과정을 낱낱이 이야기 해 주고 있어 우리 걸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얼마니 힘든지 잘 가늠하고 있다. 이 친구 말을 듣고 매일매일 편지를 쓴다. 군대에서 편지 받는 낙이 제일이라고 해서 말이다. 그렇잖아도 너를 위해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조를 한 편씩 쓰고 있는데, 그것을 매일 편지 삼아 보내고 있다.
걸이가 말을 높이고, 구구절절 엄마 아빠를 챙기는 마음이 한 편으로는 찡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든든하기도 하다. 내가 이런 효성스러운 아들을 두었다는 게 신기하기까지 하다. 경희도 유진이도 다 너를 닮아 열심히 무엇인가 하려고 하는 마음 씀이 네가 앞서간 발자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서산대사의 시에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蹟 遂作後人程’이란 것이 있다. ‘눈 내린 들판을 걸어 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가는 발자국은 뒤따라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될지니.’
내가 걸이보다 앞서 길을 걸었으매, 과연 어떠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걸이가 걸어 온 길을 되짚어 본다. 신기하게도 우리 걸이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누구라도 따라갈 수 있도록 걸음을 바로 걸었구나. 자랑스럽다.
지금 걷고 있는 걸이의 군인이라는 길도 또한 눈 덮인 들판의 아무도 가지 않은 길과 같다. 경희 유진이야 여자라서 그 발자국을 따라갈 일이 없겠지만, 네 뒤를 따라 올 자가 어디 경희 유진이 뿐이겠는가? 나라를 사랑하고, 조국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가 되기를... 그래서 네 후배들이 군인의 길을 걸어 올 때, 모두가 새로운 애국의 가슴을 품을 수 있게 하여야 하지 않겠나. 또 네 아들이 그 길을 가야 하리니...
현정이에게 전화했던 것은 너무도 반가운 나머지 그랬던 것이다. 현정이가 뭐라고 했는지 궁금하다. 네가 여자 친구를 두지 않음이 우리 집의 부흥을 위한 큰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니 말이 막힌다만, 현정이네 엄마를 내가 보았을 때는 아주 여성스럽고 덕이 있어 보이더구나. 원래 여자를 고를 때는 그 여자의 엄마를 보라고 하는 어른들의 말씀이 있다. 그 말 꼭 명심하고...
그런데 그것도 결국은 자기의 복이 아닌가 한다. 한 눈에 필이 꼽히는 사람이 있고, 복이 있으면 그 여자가 우리 집을 부흥시킬 것이다. 그런데 현정이 엄마를 봤을 때, 현정이한테 필이 꼽혔다면 여자 친구로 삼아도 될 것 같구나. ^ㅎ^ ㅋㅋㅋ
할머니는 점점 더 아기가 되어 가시는구나. 치매란 한자로 ‘痴呆’라고, 이 글자들을 깨뜨려 보면 아는 것(知)에 병(疒)이 들어 어린아이(呆)가 되는 것이다. 3~4세 어린아이처럼 생각이 단순하고, 기억이 많지 않으며, 사리분별이 잘 안 되는 상태인 것이다. 그런 할머니지만, 걸이가 대구 군대에 갔다는 것은 신기하게도 잘 알고 있다. 다만, 군대가 어떤 곳인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말이다.
나는 요즈음 새 사무실로 이사를 해서 연일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 때문에 일상 업무를 못 볼 지경이다. 사무실이 얼마나 근사한지 너한테 빨리 보여주고 싶다. 내 방에는 사방 책이 둘러져 있고, 천장에 달린 휘센 난방기에서는 바깥 기온을 전혀 느낄 수 없도록 더운 바람이 나오고, 뒷 창으로는 돈달산이 그림처럼 둘러있다.
얼마 있으면 할머니 생신인데, 이번 주 토요일에 서울 큰 아빠네와 고모들이 모두 오시기로 했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날 주말이 기다려진다. 그때는 네 생각이 더 많이 나겠지만 말이다.
햄버거 때문에 불교에 갔다는 이야기는 좀 거시기하다만, 일요일 군대의 종교생활은 내무반의 고통을 해결하자는 의미라는 공공근로 친구의 설명이니 네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겠다. 자비로운 이 아버지의 열린 마음을 감사하라!!! ㅎㅎㅎ
군대생활, 훈련생활이 할 만하다니 정말 고맙다. 어느 곳이나 사람이 산다는 인식도 아주 훌륭하구나. 무엇보다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으니 더없이 고맙다.
‘日新日新又日新’ 우리의 가훈 속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어제의 나를 버리고, 언제나 새롭게 태어나는 내가 되기를, 그리고 의식의 틀도 그렇게 매일매일 깨기를 간절히 바란다. 어제의 생각, 어제의 판단, 어제의 모든 것들에서 헤어 나와 오늘 새로운 햇볕에 새롭게 탄생하는 삶의 희열을 매일 맛보길 바란다.
아직 추위가 갔다고 하기엔 겨울이 더 남았다. 콧물이 난다니 걱정이다. 작은 콧물에서 감기 바이러스는 크게 번질 수도 있으니, 단속 잘 하길 바란다. 이불 폭 덮고 바른 자세로 잔다면 감기는 크게 염려 안 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작은 감기 기운이라도 있다면 초기에 서둘러 단속하기 바란다.
오늘은 이만 줄인다. 엄마는 지금 네 컴퓨터 앞에서 엎드려 수지침 공부를 하고 있다. 자정 넘어 0시 20분. 어느새 1월 20일이다. 나도 얼른 자고 내일 일가야지. 잘 자라. 사랑하고, 믿음직하고, 우리의 희망인 아들 걸아.
I can do it!
세상에서 걸이를 가장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