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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의 희망-고걸, 군 입대 34일
    카테고리 없음 2010. 2. 13. 13:25

    우리의 희망-고걸, 군 입대 34일

      

      

    산다는 건 이처럼

    외로운 것

    북적대던 사람들

    다 어디로 갔는가?

    구름처럼 흩어지고.

    내일은 또 오려는가?

    의지할 것 오직 하나,

    내 마음

     

    (2010.2.7.일)

     

    塞翁之馬(새옹지마)

     

    옛날 중국의 북쪽 변방에 한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이 노인이 기르던 말이 멀리 달아나 버렸다. 마을 사람들이 이를 위로하자 노인은 "오히려 복이 될지 누가 알겠소." 라고 말했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그 말이 한 필의 준마(駿馬)를 데리고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이 이를 축하하자 노인은 "도리어 화가 될는지 누가 알겠소."라며 불안 해 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말 타기를 좋아하는 노인의 아들이 그 준마를 타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마을 사람들이 이를 걱정하며 위로하자 노인은 "이것이 또 복이 될지 누가 알겠소."라며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어느 날 마을 젊은이들은 싸움터로 불려 나가 대부분 죽었으나, 노인의 아들은 말에서 떨어진 후 절름발이였기 때문에 전쟁에 나가지 않아 죽음을 면하게 되었다.

    출전 : 회남자(淮南子)

     

     

     

    할머니 제삿날

     

    섣달 스무 나흘. 저녁 7시 쯤. 걸이를 뺀 나머지 가족들이 모두 둘러앉아 내 할머니 돌아가신 날을 기리고 있었다. 추도예배. 나는 이 예배를 주재하면서 할머니가 낳아주신 분들 한 분 한 분 다 불러 하나님께 기도했다.

     

    할머니가 낳아 주신 아버지와 일본의 작은 아버지. 그들은 벌써 고인이 되셨다. 살아계신 동우점 고모와 서울(본래는 상주 평온에 사셨다.) 고모님의 안부를 하나님께 물었다. 그리고 우리가족들을 불렀다.

     

    제일 먼저, 우리 걸이의 이름을 불렀다. 순간 눈시울이 뜨끈했다. 군대 훈련소에서 고생하고 있을 네 이름을 부르자 나도 모르게 생긴 현상이었다. 목이 메여 간신히 너를 위해 기도를 했다. 어디에 가 있거나 우리 걸이의 군대생활에 하나님이 함께 하실 것을 간절히 구했다.

     

    그리고 경희의 고3, 유진이의 고1에 대해서도 하나님께 기도했다. 늘 하나님을 의지하면 즐거운 학창생활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기도였다. 할머니에 대해서도 기도를 했다. 할머니는 찬송가를 부를 때, 신앙고백을 드릴 때, 곧잘 따라하셨다. 그래서 하나님을 부르는 순한 딸이 되어 줄 것을 간절히 구하였다. 네 엄마를 위해서도 기도를 드렸다. 직장에서 하나님을 의지하면서 늘 겸손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생활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구했다. 나를 위해서도 기도를 드렸다. 내가 처한 상황에서 겸손한 사람이 될 것을 기도하였다. 우리 집에 남아있는 빚을 하루속히 청산해 줄 것도 기도하였다.

     

    내가 욕심이 많아 너무 많은 것을 하나님께 기도드렸지만, 그러나 나는 하나님이 절대 내 기도가 많다고 역정 내지 않을 것을 믿는다. 그러니까 바로, 너한테서 전화가 온 것이다. 어찌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너의 씩씩하면서 즐거운 것 같은 목소리가 안심이 된다. 언제나 네 목소리에는 장난기 같은 웃음이 묻어 있어 좋다. 모든 사태를 긍정하는 태도, 어떠한 일이라도 걱정하지 않는 마음, 실전에 닥쳐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열정, 일을 잘 마쳐서는 그 공을 타인에게 돌릴 줄 아는 배려, 그리고 내 시간 앞에서는 언제나 겸손한 자세, 우주의 원리를 어렴풋이나마 깨닫고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여유. 그런 것이 너에게 있어 좋다.

     

    이런 너를 위해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시고, 또 보호해 주신다. 그걸 믿고 군대에서의 종교생활은 하나님 앞으로 나가라. 이건 큰아빠의 부탁이기도 하다. 장난삼아 이곳저곳 다니지 말고, 실천해 보기 바란다. 큰아빠도 군대에 가서 하나님을 알았다. 무엇인가 절실했던 군대에서의 생활이 하나님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었던 것 같다. 너도 아마 지금은 그 옛날의 큰아빠와 같은 처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아직 9일 날 추첨이 남았으니, 열심히 기도해 보기 바란다. 하나님은 네 기도에 반드시 응답하실 것이다.

     

    오늘 할머니의 제삿날을 맞아 이렇게 하나님의 응답으로 너한테 전화를 받고나니, 이 저녁이 더없이 포근하다. 이제 어느새 네가 군인으로서 정녕 첫발을 내딛는구나. 다음 주 한 주는 이런저런 훈련소 정리로 보내겠구나. 어디든 오래 머물면 정들기 마련인데, 훈련소 정리하는 기분이 시원섭섭하겠구나.

     

    지나간 날들은 다 아름답다고 누군가 말했지. 정말 그런 거 같구나. 특히 힘들었던 날들의 기억이 새롭고, 그 기억이 그 당시는 그렇게 고통스러웠어도 지나놓고 보면 가장 아름답게 기억이 되는 것은 참으로 묘한 일이지. 네게도 군대생활이 네 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그래서 사회에서 군대생활의 어려움이 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경희는 이제 엄마와 유진이와 함께 학교로 향했다. 3월 10일에 전국모의고사를 본단다. 유진이는 내일부터 중3 마지막 개학을 한단다. 12일 네 자대 배치 받는 날 졸업을 한다는구나. 너희 3남매에게는 요사이 나날이 새로운 날들이구나. 그런 전환기 때마다 마음을 잘 가다듬고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마지막 훈련소 생활, 끝까지 긴장을 놓지 말고,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방심은 언제나 금물이다. 한 순간의 방심이 군대에서는 사회에서보다 더 큰 화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에, 제대하는 날까지 긴장을 풀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긴장이 풀리는 것은 어떤 과정들을 끝낼 때 찾아온다. 마지막 훈련소 생활도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또 연락 할게. 충성!

     

    2010. 2. 7. 일요일 저녁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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