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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2009.9.9-경북일보 고성환 칼럼카테고리 없음 2011. 6. 13. 20:00줄탁동시기사입력 | 2009-09-09▲ 고성환(문경문화원 사무국장)
세상은 그냥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이 없다.
박자가 맞아야하고, 두 개, 세 개의 것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작은 일도 이루어진다. 달걀을 품은 닭들이 병아리를 칠 때, 그냥 품고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알 속에서 병아리가 될 놈이 껍질을 쪼고, 밖에서 어미 닭이 쪼아야 비로소 병아리가 탄생한다.
그것도 각자가 제 마음대로 쪼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쪼아야 한다.
그것이 줄탁동시다. 지금부터 천 년 전 중국 원오선사의 '벽암록(碧巖錄)'에 나오는 말이다. 잘 되는 집안은 안과 밖에서 부창부수(夫唱婦隨)한다. 그것이 꼭 남편이 앞서고, 아내가 뒤따른다고 좁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 남편이든 아내든 누구 하나가 앞서면 다른 하나는 밀어주고 북돋아줘야 한다고 보면 된다.
불신은 불신을 낳고 신뢰는 용기를 낳는다.
매사 시끄러운 곳에 가보면 틀린 사람이 없다.
다 맞다. 그런데도 시끄럽다. 서로 불신하기 때문이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요, It takes two to tango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우리지역에 광산발견만큼이나 획기적인 '국군체육부대'가 드디어 첫 삽을 떴다.
여기에 부수된 작금의 논쟁은 다 맞는 말이긴 해도, 일을 되도록 하는 논쟁은 아니다. 지금 우리는 정말로 조심조심 이 일을 다루어야 한다. 안과 밖이 군말 없이 밀어주고 당겨주어야 한다.
여기에 개인들의 유불리를 들이대서는 더더욱 안 된다. 이는 국책사업이기 이전에, 우리 지역과 시민들의 숙원사업이기 때문이다.
괜히 서로 맞는 말을 앞세워 시끄럽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폐광 이후, 얼마나 우리지역을 걱정하고 또 걱정 했던가? 맥 놓고 떠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아야했던 세월이 어느새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우리는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지고, 우리들의 마음은 공허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물에 빠진 사람처럼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었던 지난 시간이 아니었던가? 오래 기다린 강태공이 대어를 하나 낚은 것이다.
그런데 그 대어를 바구니에 담기도 전에 물가에 서서, 이래서 잡았네, 저래서 잡았네 따지고 있다. 좋다. 이래서 잡았고, 저래서 잡은 것이다. 다 같이 지혜를 모아 잡은 것이다. 한 마음 한 뜻으로, 그리고 전 도민의 환영 속에서 잡은 것이다. 그래서 다 같이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물에 띄우지 말아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시는 4,000억원의 예산을 1년에 집행하고 있다. 80% 이상이 나랏돈이다. 이참에 이를 핑계로 우리가 국군체육부대에 지원하는 예산보다 더 많은 예산을 나라에서 타 올 수 있게 하자. 명분도 되고, 말도 된다.
그래서 우리는 국군체육부대가 서울에서 이 먼 곳까지 와서 천대받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시와 의회의 줄탁동시를 기대한다. 그리고 능력 있고, 열정 있는 국회의원이 큰 힘을 보태 주기를 기대한다.
고성환(문경문화원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