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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의 농촌폐교장을 찾아서(1)-마성초등학교 탐방기카테고리 없음 2011. 7. 17. 18:17
문경시의 농촌폐교장을 찾아서
마성초등학교 탐방기방학을 며칠 앞둔 7월 16일. 한여름 장마 뒤 끝에 대지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풀어졌던 폐교의 운동장 흙들은 부서지기 시작했다. 미끄럼틀과 그네, 시소, 철봉과 평행봉, 축구골대와 농구골대, 배구 그물대의 오색 칠과 흰색 칠도 머금은 습기를 주체하지 못해 옷을 벗고 있었다.
교장선생님이 주로 올랐던 운동장 연대가 푸른색에 녹을 덮어쓰고 있었다. 2층 교실마다 써놓은 과학실, 음악실, 실습실, 교무실 명패들이 지난시절의 글씨체로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운동장과 화단의 아름드리 은행나무, 플러터너스, 입부끼향나무, 감나무는 녹음을 더해 가는데,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활기를 띄었던 자상한 그늘은 사라지고, 밀림 속의 으스스한 기운을 풍기기 시작하였다.
88세의 우리 엄마가 그렇게도 가고 싶었으나 범접할 수 없었던 학교, 내가 졸업한 학교, 내 아이들이 몇 년씩 걸쳐 적을 두었던 학교, 그러나 이젠 폐교가 되어버린 학교.
마성초등학교는 1926년 6월 21일부터 2000년 8월 31일까지 74년. 2000년 9월 1일부터 2010년까지 2월 28일까지 분교 10년. 84년 간 아이들과 숨 쉬던 공간이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졸업생들이 도랑물처럼 졸졸졸 흘러 간 곳이 되어 버렸다.
농촌폐교장
김시종
개천절에도
국기를 게양하지 않는
폐교된 초등학교 국기 게양대
빈 하늘이 게양돼 있다
어제는 우체부 대신
까치가 다녀갔다
지난 여름철엔 아동들 대신
뜸북새가 운동장에서 놀다갔다
(작가 고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