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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시종 27시집 - 노비 장수옥뎐 발간
    카테고리 없음 2011. 7. 27. 22:45

    바라보는 것의 반전, 그리고 그 깊이
    김시종 27시집 - 노비 장수옥뎐 발간

    우리나라 문단의 중진, 문경의 김시종(金市宗. 69)시인이 7월 25일 스물일곱번째 시집을 선보였다. 초라한 장정(裝幀)에, 덜 다듬은 편집.... 겉모습을 보고는 복사용지를 제본한 것에 불과한 너무도 초라한 행색이다. 좋은 내용의 시를 조금이라도 포장에 신경 써서 냈으면 얼마나 좋으랴 생각하지만, 어쩌랴! 선생님의 책 한 권 사 보지 못하는 형편에 무엇을 더 바라랴!

    책을 내 본 사람이라면 다 안다. 근사한 출판사에서 멋진 포장으로 책을 낸다는 게 얼마나 호사스러운 일이며, 그 의미가 얼마나 하잘 것 없던가를.... 그러나 울며 겨자 먹기로 겉을 포장 안 할 수도 없어 거금을 내서 책을 낼 수밖에 없는 많은 작가들. 그들의 초상(肖像)을 이 시인은 많이 겪어보고 그 나머지 이를 초월했다. 27권의 시집과 4권의 수필집, 그리고 많은 동인지와 문학잡지를 발간해 본 그이기에 이젠 그 겉은 별 의미가 없게 되었다. 그 방면에 깨달음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시집도 그 겉은 너무도 초라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너무도 웅장하다. 해박한 역사적 사실에서 새로운 문학적 해석을 통해 일갈한 서사와 서정과 해학, 이를 반전으로 아니리 치는 너스레는 과히 시의 판소리다.

    노비 장수옥을 발견하고, 돈에 팔려 노비로 전락한 효녀 이야기 ‘효녀 노비’는 이 시대 이전의 우리 누나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 흥청거리는 물질만능의 시대이전, 그리 오래 전도 아닌 1970년대 이전, 우리 누나들은 집안을 위해 학교도 많이 못 갔고, 남의 집 살이며, 재봉틀 밟기며, 직물공장에 나간 일이며, 다 그렇게 효녀 노비가 아니었던가? 그러니 ‘노비란 천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고귀한 사람’으로 발견되는 것이다.

    이번 시집에 나온 시 55편은 이런 서사시 외에도 현실을 풍자한 시들이 많다. 특히, 애국심과 반공을 수도 없이 설파한다. ‘뻥튀기 아저씨’, ‘이장놀부’, ‘총력안보’, ‘행복한 국민’, ‘근황’ 등이 그렇다. 그는 늘 북한이 문제가 아니라, 북한은 이미 공산당으로써 남한과 적대적 이념을 표방했으므로, 이를 더 시비할 건 없으나, 남한 내부의 종북주의들이 국민들의 애국심을 흩트리고, 이 나라의 번영을 갉아먹는다고 주장한다.

    이 시집에는 또 이 나라의 도덕 불감증도 들춰낸다. ‘산사견’, ‘극락왕생’, ‘용꿈값 4억’, ‘북곽 선생의 노래’, ‘신년휘호’, ‘버섯시장’, ‘도깨비 방망이’에서 타락한 세태를 발견해 내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많은 서정들도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이사하는 날’, ‘쌀’, ‘그 집 앞’, ‘월명동 할머니’, ‘천적’, ‘눈 내리는 고모령’, ‘흔들린다’, ‘설일여정’, ‘도요새’, ‘우중산책’, ‘사는 법’, ‘삶의 의미’, ‘송이버섯’, ‘심야 전화’, ‘낙화유수’ 시편들이 그렇다.

    여기에 도가(道家) 의 깨달음 시들도 많다. ‘옛날 사람들은/푸른 솔을 가로수로 심어/지조를 배웠는데,//요사이 사람들은/금화같은 은행나무를 길가에 심어,/배금주의 특강을 듣는다.-가로수 유감, 전문’이라든가, ‘곶감 왈’, ‘화가 임금님’ ‘늙은 여자’, ‘위장’, ‘장수다욕’, ‘섬진강 게’, ‘천산대렵도’, ‘저 재미로’, ‘우화’ 등의 시가 그렇다.

    이 시집 전편엔 다양한 주제로 그냥 지나치는 것들에 대한, 시인의 역사적 해석에 빗댄 자상한 관찰과 적나라한 현실이 춤을 추고 있다. 그리고 그 무겁고 힘겨운 이야기들이 시의 날개를 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우리를 상상의 나라로 인도하고 있다. 그리고 배꼽을 잡고 웃게 하고 있다.

    문경시 산림조합 앞에 곧 펼쳐질 ‘버섯시장’. 이 시를 읽으면서 나는 그곳으로 상상의 날개를 펴고 날아갔다.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정말 배 가죽이 아플 지경이었다.

    버섯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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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미각-

    가을날
    산림조합광장에서
    버섯시장이 열리고 있다.

    버섯 중 가장 인기 있는 녀석은,
    고추를 드러내고
    스트립쇼를 벌이는 송이버섯이다.

    장바구니를 든 아줌마들이,
    송이버섯 앞에서 침을 흘리고 있다.’
     

    (작가 고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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