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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도 시를 쓰라
    카테고리 없음 2012. 5. 28. 16:08

    당신도 시를 쓰라
    문학아카데미 4회 고성환 작가 강좌

    문경시민문화회관(관장 홍영규) 소속 문경읍 문희도서관(관장 정명수)가 지난 4월 14일부터 문을 열어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여는 ‘문학아카데미’ 5월 두 번째 강좌가 26일 열렸다.

    이날 강사는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성환 작가였으며, 강의 주제는 ‘상상,창의, 창작(想像, 創意, 創作), 그리고 시조(時調)’였다.

    고 작가는 “최근 논어 공자말씀에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는 말을 발견하고, 글 쓰는데 자신을 얻었다.”며, “누구든 새로운 것을 발명하려고 하지 말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 한다면 시인이 되고,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당신도 시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옛 스승의 가르침에 ‘심불반조 간경무익(心不返照 看經無益)’이란 말이 있는데, 경전을 독송하는 사람이 자신의 마음으로 돌이켜봄이 없다면 아무리 경전을 많이 읽더라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자칫 빠져들기 쉬운 것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에 읽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고, “내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책이 나를 읽고 있어 주객이 뒤바뀌는 책읽기는 책을 읽는 의미가 전혀 없다”고 법정(法頂)스님의 글을 인용해, 글을 쓰는데 가장 필요한 독서법을 강조했다.

    작가는 안도현 시인의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이 시인이 말하는 시작법을 잘 익히면 누구나 틀림없이 시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시를 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겪음’을 권한다. 많이 겪어라. 많이 만나고 많이 마시고 많이 사랑하라. 그리고 이 겪음은 읽기, 곧 글을 통한 겪음으로 수렴한다. 시 한 줄을 쓰기 전에 백 줄을 읽어라. 시 쓰기도 다른 모든 일과 다르지 않아서, 먼저 학습이다‘라고 말한다.

    또 ‘학습의 한가운데 있는 것이 모방이며 모방이 창조를 낳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서 시적 영감이 번개 치듯 심장으로 날아오기를 기대하지 마라. 차라리 흠모하는 시인의 시를 한 줄이라도 더 읽어라. 모방을 잘하려면 지독히 짝사랑하는 시인을 얻어야 한다. 혹독한 짝사랑의 열병에 걸려 시인의 말투며 표정까지 베끼고 외울 때, 그 끝에서 창조의 꽃봉오리가 가까스로 열린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시인에게 불구대천의 원수가 있다면, 그것은 상투성이다. 상투성이란 어떤 마력도 어떤 열광도 없이 반복되는 단어를 가리키는 이름이라고 지적한다. 상투성이라는 적을 제압한 자만이 시인의 왕국으로 들어설 수 있다.’고도 말한다.

    이어서 ‘이 세상을 낯설게 보아야 한다. 익숙한 것에서 낯선 것을 발견해야 한다. 세계와 불화해야 한다. 이문재 시인이 스무 살 시절에 우리에게는 파격이 필요했다고 털어놓은 것은 일상이 전쟁터였음을 증언하는 말이다. 우리는 수업시간에 벌떡 일어나 노래를 불렀고, 본관 앞에서 막걸리에 도시락을 말아 먹었다. 글씨를 왼손으로 썼고, 담뱃갑을 거꾸로 뜯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고 작가는 자신을 문단으로 이끌어 준 정완영 시조시인과 김시종 시인의 작품을 설명하면서 시나 시조는 짧은 압축과 은유, 그리고 상징이 필수적이라며 짧은 시 짓기를 제시했다.

    새재영가/정완영

    <주흘관 뻐꾸기>
    한 평생 더벅머리 숯을 굽던 총각 놈이
    죽어서 이 산중에 뻐꾹새가 되었던가
    뻑뻑국 해종일 산자락 싸리꽃만 흩고 있다.

    <조곡관 들찔레>
    세월을 울리기야 천년 두고 같은 골물
    주막집 설운 각시 빨래하며 나왔다가
    뉘 몰래 하얀 발 담근 채 들찔레가 됐더란다.

    <조령관 뜬구름>
    어차피 한 냥 빚도 빈 소매엔 무거운 것
    괘나리 봇짐 벗어 솔가지에 걸어두고
    정처도 없는 구름이 혼자 재를 넘고 있다.

    조국/정완영

    행여나 다칠세라
    널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에인 사랑

    손닿자 哀切히 우는
    서러운 내 가엿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草家三間 달이 뜨고

    흐느껴 목 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情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 맺힌 열두 줄은
    굽이굽이 愛情인데 

    靑山아 왜 말이 없이
    鶴처럼만 여위느냐.

    어머니/김시종

    딸네 집에 오셨다가
    바람 부는 날 가시네
    눈앞이 가리는 걸
    바람에 탓하시나
    제 눈에 괴는 눈물도
    그런 줄을 아실까

    강아지풀/김시종

    집에 똥강아지 한 마리도
    못 키우는 어릴 적 가난

    강아지풀을 오요요 부르며
    강아지 대신 데리고 놀았다

    일흔 무렵 길가의 강아지풀을 만나
    지난날의 안부를 물었다

    등나무 타령/김시종

    등나무도
    5월이면 성장(盛裝)을 한다.

    그리움으로 배배 꼬인
    두 다리 긴 다리.....

    셀 수도 없이 하 많은
    이어링을 늘어뜨리고,
    정자에 홀로 앉아
    누구를 기다리는가.

    바람이 불면
    이어링은 풍경(風磬)이 되어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한다.

    동고동락(同苦同樂)/김시종

    비가 오는 날도
    윤노파는 파지를 줍는다.

    리어카에 두 손을 맡겨
    우산 들 손이 없다.

    윤노파도 파지도
    다 같이 비에 젖는다.

    농촌폐교장/김시종

    개천절에도
    국기를 게양하지 않는
    폐교된 초등학교 국기 게양대
    빈 하늘이 게양돼 있다.

    어제는 우체부 대신
    까치가 다녀갔다.

    지난 여름철엔 아동들 대신
    뜸북새가 운동장에서 놀다갔다.

    갈대/김시종

    갈대가 강가에서
    발을 씻는다.

    갈대가 강가에서
    발을 씻어도

    강물은 오염되지 않고
    오히려 깨끗해진다.

    바람에 흔들려
    갈대가 울수록
    강은 평화론 강이 된다.

    달관/김시종

    고요한 밤에
    달을 쳐다보면
    나는 달관한
    사람이 된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땐
    달을 보면
    육학년 때 급우 분이로 보였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는
    달을 보면
    저 달이 어머니가 되어
    내게로 성큼 다가온다.

    복날에/김시종

    입원한 주인이
    죽은 줄도 모르고,
    7년을 하루같이
    병원 앞에서 기다리는
    마드리드의 맹도견.

    옛 주인을 못 잊어서,
    팔려간 대전에서 탈출,
    전국을 헤매 다니다,
    다시 돌아온 진도의 백구.

    이번 여름 보신탕 드시는 분들,
    부디 성불(成佛)하세요.

    남자야/김시종

    남자야
    결혼하지 마라

    결혼하면
    남자는 짐승이 된다.

    결혼하면
    틀림없이 캉가루가 된다.

    아기집을 가슴에 단
    캉가루가 된다.

    아기집에 아기를 담고
    여자의 채찍에 몰리게 된다.

    감원 선풍/김시종

    추투(秋鬪)에 맞서
    은행나무가 구조조정을 했다.
    전원해고의 극약처방을 내렸다.

    은행나무는 전나(全裸)가 되고,
    은행잎들은 하릴없이
    거리의 노숙자로 전락했다.

    문경새재/고성환

    아버지 도포자락 휘날리던 문경새재
    시대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가시던 날
    한사코 버티고 서서 산맥들은 열병했지

    아버지 양복 깃이 말쑥하던 종착역
    시대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오시던 날
    두 팔을 말없이 열어 눈물로 싸안았지

    아버지 넘나들던 굽이굽이 양장(羊腸) 길
    어머니 치맛자락 간절히 찢겨진 길
    억새풀 희어진 머리 아리랑을 부르는 길

    청년과 장년 사이/고성환

    딱 부러진 이유 없이 얼기설기 멀어진
    한 친구가 결혼식장 먼발치에 걸렸다.
    낯설게 머리카락조차 삼베처럼 희었다.

    망설이다 망설이다 눈길만 피하다가
    다른 친구 다가와 함께 가자 할까 봐
    꽁무니 슬금슬금 빼고 돌아오는 피난(避難) 길

    꼬였던 연(鳶)줄 풀듯 탁 털 수 있으랴만
    한사코 웅크리며 지키고픈 자존(自尊)있어
    삶이란 나도 모르게 놓치는 그 뭣이 있다.

    사람 없는 모내기 들판/고성환

    논 갈고 써리는 일 걱정을 하면서도
    어느새 푸른 수놓은 엄마의 힘찬 나래
    이제는 접으려나보다 사람 없는 들판 뿐

    감시(監視)/고성환

    한 노인이 흐물흐물 부동자세를 하고 있다
    삘쭘히 옷을 풀고 짐 하나 내릴 참이다
    빼꼼히 전자 물조리개 거시기 훔쳐본다

    봄은 바쁘다/고성환

    바람 찬 한식에도 아버지 곁엔 봄이 바쁘네
    아버지 곁가지 같은 쑥부쟁이 한창 노네
    한사코 쥐 뜯고 캐내도 곧 웃자랄 외도벽(外道癖)

    신화(神話)도 나이 들면/고성환

    형님은 범접 못할 신화(神話)였다. 그러나,
    백일 난 손녀 안곤 입가엔 백목련꽃
    병환의 엄마 손잡곤 봉숭아꽃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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