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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인중개사 1차 합격수기
    나의 이야기 2016. 1. 25. 09:54

    게으른 선비 석양에 바쁘다! - 1차 합격수기

    고성환

     

     

    테스트올과 인연은 무척 오래 됐다. ‘21일 합격이라는 당시 키출판사의 신문광고를 접하고, 책을 처음 구입한 것이 1995. 그러고 보니 딱 20년 전이다. 내 나이 33세 때다. 문경이라는 산골에서 새마을금고에 다니고 있던 그때, 아쉬운 것 없었었다. 그래도 민법, 부동산학개론, 부동산공법, 부동산공시볍령, 중개사법 및 실무라는 과목에 관심이 있었다. 직장에서 저당대출을 실행하고 있었고, 간부전형시험과목 중에 민법이 있었기 때문에 중개사와 겸해서 공부할 요량으로 책을 구입했던 것이다. 마침 그때 서울에 살던 이종사촌 형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갖고 문경으로 내려와 개업을 했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드러내놓고 이 공부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그때는 못했다. 혹시 다니는 직장에 누가 되지 않나 하는 생각과 공인중개사에 대한 낮은 사회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책만 산 꼴이 되고 그냥 지나쳤다. 막상 공부를 하려고 책을 펴보니 어려웠다. 1차 과목인 부동산학과 민법은 상상이상으로 어려웠다. 직장에서 채권관리업무를 봤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여긴 생각이 완전히 빗나갔다.

     

    그래서 그땐 책을 덮었다. 그 이듬해에는 키출판사의 같은 책을 사서 이웃에 있는 법대 나온 형에게 선물하면서 자격증을 취득하라고 했다. 그러나 그 형도 공부를 하지 않았다. 처음 공인중개사는 그렇게 만났다 만 것이다.

     

    그러다가 2011년 공인중개사가 눈에 띄었다. 그 사이에 나는 참 많은 변화를 겪었다. ‘새마을금고2003년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퇴직을 했고, 정당 지구당의 사무국장, 학원경영을 거쳐 2006년부터 문경문화원 사무국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3년씩 계약을 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첫 3년을 지나고 두 번째 계약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2009년 우여곡절 끝에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그 자리도 만만치 않았다. 2010년 원장이 바뀌자 계약기간이 문제가 아니었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 서로 소통을 하면서 일을 해나간다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때 공인중개사가 떠올랐다. 그래서 다시 ‘21일 합격 시리즈책을 구입했다. 그러나 현직을 수행하면서 주경야독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책을 보면서 점점 실감하게 됐다. 거기다가 나이도 새로운 공부에 도전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일을 마치고 도서관을 찾아 책을 폈지만, 책만 펴면 잠이 쏟아졌다. 1시간을 집중해서 공부한다는 게 무척 힘들었다. 자연히 몇 달 공부를 한답시고 도서관을 출입했으나, 민법과 부동산학개론을 1번도 채 읽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2011년 시험에 응시해 보니, 문제를 다 읽지도 못했다. 거기다가 문제를 읽어도 한 번 만에 무슨 말인지 알 수도 없었다. 공무원 하는 친구도 시험장에서 만났는데, 그 친구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리고 또 3, 53세인 올해 1월 어중간한 나이에 문화원을 그만두었다. 이제는 새로운 직장을 잡아 월급쟁이를 한다는 것이 요원한 나이였다. 이번에는 공인중개사가 철체절명의 돌파구로 보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공부에 금전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세 번째 테스트올을 두드렸다. 인터넷 회원 등록을 하고 21일부터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진도도 잘 나갔고, 집중도 잘됐다. 이것저것 다 멀리하고 공부만 하겠다고 하니 자연 자신이 붙어갔다.

     

    그러나 봄이 오고, 꽃이 피니 마음도 산란해지고, 처음 마음이 점점 희석돼 갔다. 민법55강과 부동산학 40강을 두 달여 만에 한 번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밀려오는 여름 더위처럼 공부가 잘 나가지 않았다. 그래도 쉬지 않고 강의를 반복해서 들었다. 시간은 더 걸렸지만 하루도 부동산에서 머리를 식히지 않았다.

     

    그리고 민법의 홍남기 교수가 반복하는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교수님의 말씀대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이다. 반복으로 승부를 걸어라.” “게으른 선비, 석양에 바쁘다. 오늘 가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 매일매일 반복하라.” “민법은 사법시험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어려운 과목이다. 처음 책을 잡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다 알아 듣는다면 천재다.” “공인중개사 민법은 부동산중개와 관련된 민법을 공부하는 것이다. 학문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공부는 60점을 맞는 공부지, 학문을 하는 대학생들의 공부가 아니다.”

     

    그래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아는 대로 기초강의를 반복했다. 두 번 강의를 듣고 나니 뭐를 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기출문제를 풀어봤다. 그러나 50점도 안 나왔다. 큰일 났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조바심이 생겨 마음만 급했지 공부는 더 산만해지고 집중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문제풀이 강의를 시작했다. 부동산학 40, 민법 33강이었다. 그리고 다시 기출문제를 풀어봤다. 어떤 때는 60점이 나오다가 어떤 때는 50점이 나오고, 기복이 심했다.

     

    그래서 다시 배속을 올려 기초강의를 한 번씩 더 듣고, 문제풀이 강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무료학습자료실에서 부동산학과 민법의 일일확인학습, 부동산학의 한계정복 계산문제, 민법의 한판 끝내기, 민법조문학습을 병행해 9월까지 공부했다.

     

    그리고 모의고사 4회 문제를 구입해 풀어 나갔다. 처음엔 60점을 왔다 갔다 했다. 같은 문제를 두 번 풀어도 처음 대하는 것 같았다. 처음과 두 번째는 문제만 풀고 답만 맞춰 점수를 매겼다. 세 번째 풀어보고는 해설과 맞춰가며 오답을 체크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한 2월에는 1,2차를 동시에 공부해 단번에 합격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공부를 할수록 그것이 무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주변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서울로, 대구로 학원을 다니면서 하루 10시간씩 2년을 공부해 합격했다는 말을 들으면서 그것이 허풍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2차는 기초강의를 다 듣지도 못하고 말았다. 등록은 다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안동과학대학교에서 시험을 쳤다. 문경에서 710분에 출발해 8시에 시험장에 도착했다. 안동 모 학원에서 커피를 끓여주고, 요점정리 노트를 선물로 줬다. 마침내 830분이 되니, 시험감독이 들어오고, 9시부터 8개월 동안 공부한 것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100분의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10분 남았다는 감독관의 예고를 들었을 때, 답지에 체크를 하지 않은 상태였고, 문제도 8문제를 남겨둔 상태였다. 바삐 답을 체크하고 나니, 시각은 더욱 빠르게 지나갔다. 어쩔 수 없이 몇 문제는 찍을 수밖에 없었다. 다 틀렸다 생각됐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점심삼아 싸가지고 온 찐 고구마를 커피와 먹으면서 1차 시험을 점검해 보니 부동산학이 자신 있었기 때문에 80점 나오고, 민법이 34문제를 풀었으니, 반만 맞으면 과락은 면할 것 같다는 기대가 들었다. 그러면 평균 60점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2차 시험장에 들어갔다. 공부를 못했으니, 당연히 모르는 문제가 더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1차 시험의 경험이 있어 문제를 풀면서 바로 답지를 작성해 나갔다. 그랬더니 시간 120분 만에 1차와 같은 시간부족 문제는 해결됐다.

     

    그리고 시험장을 나오니 안동 모 학원에서 벌써 1차 가답안을 배포했다. 얼른 가답안지를 들고 바람이 황량하게 불어 아무도 없는 벤치를 찾아 점수를 매겼다. 부동산학이 70점 나왔다. 아차 싶었다. 민법이 50점 나와야 하는 것이다. 떨리는 손으로 점수를 매겼다. 그런데 뜻밖에도 뒷부분에 찍은 것이 거의 다 맞는 행운을 가져왔다. 자체만 해도 60점이 됐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테스트올의 문제풀이 강의로 확인을 했더니 민법이 한 문제 더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이젠 급히 작성한 답지에 이상만 없다면 아슬아슬하게 1차를 패스하는 것이다.

     

    8개월 동안 모르는 것을 알도록 귀를 틔워주신 민영기 교수님과 특히 구수한 입담과 명쾌한 강의로 어려운 민법을 재미있게 강의하면서도 강의 끝날 때마다 용기를 주면서 응원을 해 주신 홍남기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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