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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전통혼례
    나의 이야기 2007. 12. 2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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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혼례


    수필가 고성환


    우리의 전통문화가 쓰나미처럼 쓸려간 것이 대체 언제부터인지 지금은 거의가 사라져 버렸다. 한 문화가 문화라는 이름으로 명명되기에는 많은 시간과 많은 민중의 반복적, 주기적 실행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 만큼 문화라고 명명되는 것이 오래고 힘들다. 그런 우리의 문화들이 어느 날 하루아침에 휙 쓸려 나갔다. 안타깝고 아까운 노릇이다. 더구나 이제는 복원도 못할 지경이 되었으니 아프기까지 하다.


    통과의례만 하더라도 우리의 전통문화는 자취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다. 태어나서 한 치레가 되었을 때, 100일이 되었을 때, 한 돌이 되었을 때, 성인이 되었을 때, 결혼을 할 때, 회갑을 할 때, 죽었을 때, 제사지낼 때 등 수많은 질곡의 인생여정. 여기에 스며있는 우리의 전통문화는 이제 찾을 길이 없게 된 것이다.


    이는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문화공급자들의 책임이 큰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사회구조의 변화에 순응하는 문화공급자들의 열린 마음만 있었더라도 지금처럼 우리의 전통문화가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우리 것이 불편하고, 거추장스럽다고 한다. 그러나 혼례를 보면, 전통방식이 얼마나 더 간편하고 멋있는지 모른다. 넉넉잡아 20분이면 OK다. 장소도 어디든 좋다. 현대 결혼 예식장의 찍어내는 듯한 얼치기 공간과는 견줄 수가 없다. 전통혼례식장은 마당도 좋고, 실내도 좋은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전통혼례가 잊혀 버렸다. 문화공급자들의 닫힌 마음에서 비롯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전통혼례를 몇 건 진행하였다. 처음에는 어설프게 시작했는데, 뜻하지 않게 언론의 조명을 받고, 이를 다시 사람들이 관심 있게 보고, 신청해 온 까닭이다. 염천의 뙈약볕 아래서도 해 보았고, 시원한 계절에 야외 잔디밭에서도 해 봤다. 물론 실내에서도 해 보았다. 외국인 신랑에 한국인 신부도 해 보았고, 젊디젊은 신랑신부도 해 보았다.


    그에 비해 오늘 전통혼례는 참으로 이색적이었다. 장소는 대학 강당이었다. 넓고 아늑했다. 신랑은 60세 된 완전한 노총각. 어쩌면 일생 동안 결혼이라는 걸 해 보지 못하고 갈 뻔한  사람이었다. 신부는 태국에서 온 40세 이주여성. 돈도 없어 예식장에도 못가고, 주변에 있는 이주여성 한글강사가 사방 쫓아다니며 마련한 혼례였다.


    그런데 문제는 집사자들에게 있었다. 이들은 문화공급자들인 셈이다. 혼례를 올려 달라고 찾아 온 이주여성 한글강사에게 흔쾌한 대답을 해 주지 않아 속을 끓이던 행사였다. 진작 이런 일 이 있어 왔다는 방증이었다. 우리의 전통혼례가 이렇게 돈만 들이면 OK인 현대 혼례에 비해 부수적으로 코 아프고, 발 아픈 것들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러니 누군들 이런 전통혼례를 올리려 할 것인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전통문화가 사라져 가는 곳에 혹시나 이런 불편들이 존재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흔쾌히 축복해 주며 식을 진행해 줄 문화공급자들의 소명의식은 어떻게 꺼 집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역시 돈이 매개가 되어야만 한단 말인가?

    출처 : 문학세상
    글쓴이 : 국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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