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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이야기 2007. 12. 8. 16:53
     

    지지선언


    수필가 고성환


    대통령선거가 임박하면서 당선유력후보에게 달려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스타연예인들을 비롯하여 사회 중진그룹까지 때 맞춰 눈도장을 찍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이런 예는 많이 줄긴 했는데, 아직도 과거의 유습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은 모양이다.


    내가 대선에 참여한 것도 벌써 30여년이 된 것 같다. 한 번은 체육관 대통령을 뽑기 위한 대의원을 뽑는 투표참여였고, 그 후로는 직접 대통령을 뽑는 투표참여였다. 20대였던 직접투표 1차시기의 일이다. 사회정화의 바람이 아직도 이곳 시골에는 퍼랬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너나없이 집권당의 후보에게 줄을 서던 시기였다. 그러나 나는 그 때 그런 시류를 알지 못했다. 그렇게도 열망하던 직선제였기 때문에, 그래서 쟁취된 선거였기 때문에 당연히 자유로운 선거, 신성한 투표라는 원칙에만 나는 몰두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좋아하는 후보를 들먹이며, 내 정견을 피력하고 다녔다.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나의 열정도 높아갔다. 그런 어느 날, 사장이 나를 불렀다. 면장이 나의 그런 사실을 안다면서 내가 누구를 좋아하던 투표만 마음대로 하고, 떠들고 다니지 마라 했다. 경찰도 있고, 사회정화위원들도 있고 하니 조심하지 않으면 힘들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깜짝 놀랐다. 면장, 경찰, 사회정화위원.... 모두 겁나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공연한 두려움에 나 스스로 움츠리고 다녔다. 선거 결과는 더욱 더 나를 떨게 만들었다. 겁나는 사람들이 미는 사람이 당선되었다. 주변이 도대체가 무슨 흑막으로 가려져 있는 것 같은 날들이 계속되었다. 줄을 잘서야 한다는 사실이, 세상을 향한 열정이 식어갈수록 실감나게 다가왔다.


    그러나 나는 선거 때면 다시 나의 정견을 들고 나섰다. 사람은 정치적인 동물이라고 했던가? 사회가 전반적으로 민주화 되면서 많은 선거들이 생겨나고 이어졌다. 초창기에는 재미로 이곳저곳 선거판에 기웃거렸다. 그런데 그것이 정치하는 사람들과 인연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니 선거 때만 되면 이 작은 시골에서 지지요구가 잇따랐다. 한 동네 선거에서, 한 면의 선거로, 또 한 시의 선거로 나의 행보는 넓어져갔다.


    그러더니 이번 대선 판에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도대체 나 한사람이 이 선거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며, 또 내 말을 누가 들을지 나도 모른다. 아무리 살펴봐도 지지를 요구하는 쪽에 내가 표를 몰아 줄 자신이 없는데도 나를 끌어들인다. 나 하나의 미약한 존재가 무슨 방법으로 일조를 한단 말인가? 또 한다한들 그 후보자가 나를 알아주기나 할런지? 


    선거판은 늘 ‘헛방’으로 많은 회의(懷疑)와 상처만 내게 남겼다. 내가 지지한 사람이 당선돼도 그랬고, 낙선돼도 그랬다. 나는 언제나 당선된 사람의 도구였고, 낙선된 사람의 적이었다. 이 몰염치하고 비정한 인심을 이 판에서는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이런 세상에는 멀리 있을수록 좋은 것 같다. 작은 선거나 큰 선거나 다 마찬가지다.


    오늘도 이리저리 후보지지 선언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나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독일철학자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말을 상기해 준다.


    정치인은 인류를 두 부류로 나눈다 : 도구와 적으로("A politician divides mankind into two classes : tools and enemies.")

    지지선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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