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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강좌와 유료강좌나의 이야기 2007. 12. 15. 21:07
무료강좌와 유료강좌
수필가 고성환
점점 차가운 겨울로 계절은 가고 있다. 자연히 외부 활동보다는 방안에 들어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사이버 여행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러나 몸이 뒤틀리고 좀이 쑤셔 오면 이것들도 따분해진다. 타자에 의한 공급을 단지 수요자의 입장에서 받아 지내기에는 뭔가 허전하다. 내가 참여하고, 창작하고, 체험하고 싶어진다.
이름 하여 문화향유권. 요즈음 차츰 이 문화향유권이 점점 높아가고 있다. 타자의 창작에 의해 공급되는 그런 고단위의 문화가 아니라, 서툴지만 내 손으로 만들고 창작해 보고 싶은 욕구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문화강좌를 개설하고 수강생을 모집하면 어느 새 정원을 넘어선다. 자그마한 중소도시에서 15개 강좌에 6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이를 반증한다.
가정에서 할 일을 끝낸 40대 중반에서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의 문화향유 열정은 대단하다. 일선에서 퇴직한 60대 이상의 남성들도 그렇다. 한 때 먹고사는 일에 눈코 뜰 새 없었던 그들에게 다가온 시간은 그들의 열정과 체력을 다 감당할 수가 없다. 그들은 두둑한 주머니를 차고 이리저리 무엇인가 찾아 나선다. 지금까지 억눌러 왔던 영혼의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그들은 주머니를 열고 길을 나서는 것이다.
그러면 굳이 주머니에 손을 넣을 필요도 없이 많은 문화강좌들이 즐비하게 펼쳐져 있다. 이것도 해 보고 싶고, 저것도 해 보고 싶고.... 여기도 등록하고 저기도 등록하고....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고.... 도대체 모두가 아깝고, 몸이 열 개였으면 좋을 지경으로 무료강좌들이 늘어서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예산을 퍼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복되고, 겹치는 일들이 허다하게 늘어서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런 무료강좌에는 열정이 없다. 문화향유를 원하는 사람들이 당초에 가졌던 열정은 사라지고, 그저 건성건성 왔다 갔다 하는 지경으로 그 강좌가 맥을 잃고 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그럴 권한도 없다. 굳이 이를 배워서 한 경지에 이를 자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도대체 배워서 써 먹을 데가 없다.
그러나 대학의 평생교육원이나 언론사의 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한 유료 강좌에는 그렇지가 않다. 우선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비싼 수강료를 지불하고 있다. 본전 생각이 절로 날만큼 수강료가 비싸다. 그래서 그들은 기를 쓰고 수강한다. 당연히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50대, 60대에도 대회에 나가 입상을 하고, 배운 것들을 전시도 한다. 그들은 거기에서 큰 희열을 얻고, 인생의 묘미를 맛본다.
강좌를 열어 놓고 사람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선뜻 유료화를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제 과감히 사람의 마음을 나태하게 하고, 무책임하게 만드는 사회주의식 무료강좌는 버려야겠다. 강좌를 개설하는 측의 입장이 아니라, 진정으로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멋진 권익을 신장하기 위해서 이 일을 해야겠다. 강좌수를 늘리고, 좋은 강사를 섭외하는 일에 앞서 수강생들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이젠 과감히 무료강좌는 폐지해야 하겠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브르주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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